김대식(金大植) < 한양대 교수·경영학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활동하면서 그동안 반복돼 온 금융감독기구 개편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금융 감독은 웬만큼 경제를 안다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특수성으로 인해 일반인의 관심 밖의 일이 되기 쉽고 감독체제 개편 논란은 관련 기관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되는 경향마저 있다.

현 체제를 가져온 1997년의 법은 금융 낙후를 초래한 관치금융 체제를 청산하자는 것이었고,관치 금융이 가능하게 하는 감독 기능을 재정경제원(현 재경부)에서 새로운 기구로 이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다양한 경제 목적을 추구해야 하는 재정경제원에 모든 권한이 주어지면 정책의 우선 순위상 감독 목적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오랜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것이었다.

금감위(공무원 조직)와 금감원(공적 민간조직)의 이원 체제가 출범한 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다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감독 기구의 효율성과 중립성이 당초 의도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그 원인이 운영보다는 제도적인 결함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감독 기능의 중립성이 확보되지 못한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출범 당시 금감위의 행정보조 역할을 위해 있던 19명의 공무원 조직이 84명 정원의 거대한 사무국으로 변했고,행정 사무를 넘어 금융감독 정책을 총괄하게 된 것이며,이로써 감독 기구가 재경부의 깃발을 따르는 하부 기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지경까지 됐다.또한 하나의 조직이어야 할 감독 기구가 금감위 사무국과 금감원의 이원 체제로 운영됨으로써 양 조직 간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해 감독 효율성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감독 기관의 감독 부담 또한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원 체제로 인한 감독 비효율성의 해결 방안으로 두 조직을 통합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반면 통합된 조직을 공무원 조직으로 할 것인지 공적 민간조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이에 대한 해답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상 기관의 건전성 제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중립적인 감독 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직원이 어떤 신분을 갖는 것이 적절한가일 것이다.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은 행정 조직의 일부가 되는 것을 의미하며,순환 보직이 전제되는 관료들로 구성된 행정 조직의 중립성은 보장되지 않는다.금융회사 건전성 유지에 최우선 목적을 둔 금융감독기구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통합되는 감독 기구를 공적 민간기구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

여러 국제 기구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감독 기구의 중립성이며,이를 위해 우리의 모델이 된 영국도 공적 민간기구로 하고 있다.미국의 감독기구 직원은 자신들을 공무원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관료와는 달리 채용에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일본의 경우는 대장성에서 금융 관련 기능을 금융청에 이양했지만 우리와 같은 관료 제도로 인해 제도적인 분리에도 불구하고 감독 중립성이 없다고 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순환 보직과 승진 지향적인 관료 사회의 변화 없이 지금의 공무원 주도 감독 기구가 격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전문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기능을 중립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은 없다.전문성과 중립성이 강조돼야 하는 감독 업무의 특성상 우수한 자질을 가진 관료의 참여는 꼭 필요하지만 참여시에는 관료의 옷을 벗고 참여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금감위 사무국과 금감원의 통합,금감위의 감독기구 내부 최고 의사결정 기구화,중립성 제고를 위해 감독 기구를 공적 민간기구로 하는 것 등이 1997년 법의 취지와 우리 실정에 적합하다.금융감독 체계의 개편 논의는 지난 10여년 동안 지속돼 온 과제인 만큼 이번 기회에 확실한 제도 개편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