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무자년(戊子年)을 맞는 한국 야구의 키워드는 '부활'이다.

지난해 11년 만에 400만명 관중 시대를 재현한 국내프로야구는 현대 매각과 함께 제 8구단 창단 문제를 깔끔하게 매듭짓고 500만명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2년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에 오르며 일약 최강국 반열에 올랐지만 이후 추락을 거듭, 국제무대에서 깎인 체면도 8월 베이징올림픽에서 만회해야 한다.

미국프로야구 '코리안 빅리거' 박찬호(35) 김병현(29)과 일본프로야구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 이병규(34.주니치 드래곤스) 등 네 명은 지난해 부진했기에 해외에서 '한국 대표'라는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는 올해 선전이 필수적이다.

'부활'은 이처럼 한국 야구의 모든 것을 관통하고 있다.

◇KT 창단..8개 구단 안정체제
국내프로야구는 지난해 '스포테인먼트'로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SK 와이번스를 지켜보면서 인기 회복의 싹을 발견했다.

성적이 좋으면 자연스럽게 팬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자명한 이치가 새삼 확인된 것이었다.

특히 3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빅마켓 구단' SK와 두산이 선전하면서 관중은 400만명을 다시 넘었다.

LG와 롯데, 전국구 구단 KIA의 분발이 예상된다.

LG 2년차에 접어든 김재박 감독과 선수단의 융화,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 10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 데뷔를 앞둔 KIA 우완 투수 서재응 등 올해도 볼거리는 충분하다.

그 중에서 현대를 인수해 새롭게 창단하겠다고 밝힌 KT의 프로야구 입성은 핵심 화두다.

지난 연말 기존 7개 구단과 KT 간 파열음이 일기도 했으나 야구 인기 부활에 절대적인 8개 구단 체제 존속을 위해 KT의 참가는 꼭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서울의 세 번째 구단으로 명문 현대를 인수하는 KT는 적극적인 전력 보강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면 단숨에 '태풍의 눈'으로 도약할 수 있기에 창단 자체가 500만 관중 달성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외파 단체 기지개
한국 야구 홍보대사격인 해외파 선수들의 부활도 눈여겨봐야 한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 후 스프링캠프에서 빅리그 재입성을 노리는 박찬호와 자유계약선수(FA)로 새 둥지를 찾고 있는 김병현의 거취 등이 시즌 초반 관심사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뚫고 박찬호가 빅리그 개막 로스터에 자리잡을 지 미지수다.

다저스에 워낙 쟁쟁한 선발 투수가 많아 생존을 위해 보직을 불펜으로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2월 중순 이후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시작될 스프링캠프에 사활을 걸 예정.
지난해 콜로라도-애리조나-플로리다 등 세 팀이나 전전했던 김병현이 새 팀에서 붙박이 선발로 제 몫을 해낼지도 궁금하다.

김병현은 FA를 선언했으나 연말까지 계약을 하지 못했다.

플로리다에 잔류할지, 구원투수로 돌아가 새 팀으로 이적할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시애틀의 우완 백차승과 클리블랜드 산하 마이너리그에 소속된 추신수의 빅리그 잔류 여부도 중요하다.

백차승이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한 자리를 확약 받을지, 작년 팔꿈치 수술로 올해 5월까지 출장이 불투명한 추신수가 언제쯤 재기할까도 팬의 관심을 끈다.

4번 주포 고수와 일본시리즈 우승을 최대 목표로 내건 이승엽은 1~2월 훈련에서 수술한 왼손 엄지 인대를 완벽히 회복한 뒤 본격적인 대포 생산으로 4번 경쟁자 알렉스 라미레스를 물리친다는 복안이다.

주전 우익수로 낙점 받은 이병규는 일본 진출 첫해 0.262에 그쳤던 타율을 0.280대 이상으로 끌어 올리는 게 급선무다.

한국의 안타 제조기 명성이 2년째에는 통할지 기대치가 높다.

야쿠르트 유니폼을 입고 새로 일본에 진출한 임창용은 주전 마무리를 꿈꾼다.

이승엽-이병규와 승패를 건 자존심 싸움도 한국팬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전망이다.

◇가자 '올림픽'으로
지난달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전에서 일본에 석패, 본선 직행권을 따내지 못한 야구대표팀은 3월7~14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대륙별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 티켓 사냥에 나선다.

대만, 호주, 멕시코, 캐나다 등이 경쟁국인데 3위 이내 들어야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서재응과 김광현 등 선발급 요원이 가세하고 이승엽도 나서는 등 투타 모두 지난해 전력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정규 시즌 전 열린다는 점에서 컨디션 조절이 관건이다.

본선 진출 가능성은 높게 평가되나 방심은 금물. 한 팀도 만만하게 볼 수 없기에 다각도에서 전력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본선에 오르면 미국, 쿠바, 일본 등과 메달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시선은 한일전에 쏠려 있다.

2006년 WBC에서 두 차례나 일본을 격파하고도 4강 고비를 넘지 못했던 한국은 올림픽 무대에서만큼은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올림픽 야구에서 한국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을 넘는 역대 최고 성과를 올릴지 흥미롭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