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콩(대두) 가격이 연일 급등세를 지속하자 해외 공급업체가 추가 가격 상승을 예상,국내 수입업체와 맺은 계약을 파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콩 외에 옥수수 밀 등 주요 품목들도 국제 시세가 가파른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해외로부터 이들 곡물을 들여오고 있는 국내 식품업계는 비슷한 사례가 뒤따르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최근 수입키로 했던 콩 2만1000t이 중국 공급회사의 계약 파기 선언에 따라 반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지난 8월2일 중국 업체와 t당 459달러(물품가격+부대비용)에 계약을 맺었으나 이후 현지 시세가 치솟자 중국 측이 계약금의 10%에 이르는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공급을 거부했다.

aT는 계약 해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계약 파기 직후 t당 630달러에 추가 주문을 냈다고 밝혔다.

◆국내 콩 4분의 1 중국에서 수입

이 회사는 해외에서 국내 수요의 절반에 이르는 식용 콩을 수입,국내 중소 두부 및 장류 제조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다.

연초 업체들로부터 연간 수요량을 조사한 다음 직접 배급하는 것.올해 수입 물량은 연간 선물 계약을 통해 미리 확보하는 '기본 물량' 18만5000t과 수급 상황에 따라 늘리는 '증량 물량' 6만2000t이었다.

중소 업체들은 올해 콩 수요가 늘어 2만t가량 더 공급해달라고 지난달 이후 요구하고 있지만 aT 측은 콩 가격 급등과 지난해 국산 콩 생산 증가로 인한 수입 물량 감축 때문에 추가로 공급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aT는 지난해 수입 콩의 98%를 미국에서 들여왔지만 미국산 가격 상승과 공급물량 부족이 겹치자 중국으로 수입선을 대거 전환,올해는 전체 수입량의 50%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국내 수요의 4분의 1을 공급하고 있는 중국에서 위약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내년 콩 물량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콩 가격 급등에 따라 내년도분 선물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aT 관계자는 "선물 계약의 경우 수입 부대비용을 입찰 때 제시하고 물품 가격은 선적일 40일 전 CBOT(시카고선물거래소) 가격 평균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시세를 따라가는 형편"이라며 "하지만 국제 가격 변동이 심해 선물 계약의 지속 여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값 뛰면 위약금 없게" 배짱도

식품업계는 현지 업체 단속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콩 가격이 급등세를 지속하자 현지 업체들이 제품 선적 때 가격이 계약 당시보다 20% 이상 오르면 위약금을 물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요구하는 등 수입 여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가루 원료인 원맥과 물엿 과당 등 전분당을 만드는 옥수수 수입도 순탄치만은 않다.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은 카길 같은 해외 메이저업체로부터 원맥을 매달 2∼3회에 걸쳐 5만t가량씩 수입하고 있다.

대상 삼양제넥스 등은 한국전분당협회를 통해 미국 브라질 중국 등에서 한번에 5만5000t씩 구입,업체에 필요한 만큼 나눠준다.

이들 곡물은 올 들어 해외 시세가 급등한 데다 운송 선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안정적인 조달 계획 수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밀 수입업체 관계자는 "신곡이 생산되는 내년 하반기까지 공급자 중심의 투기적 머니 마켓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 많다"며 "가격 강세가 이어져 매매 계약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털어놨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