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은 맏형…사자성어 '도광양회' 실적으로 보여

조흥 통합과정 100일간 직원 4분의 1 직접 만나

지난 10월16일 서울 남대문 신한은행 본점.옛 조흥은행 노조와 신한은행 노조가 통합을 선언하자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신상훈 신한은행장이었다.

2006년 4월 법적 통합으로 시작된 두 은행의 합병 작업이 인사→전산→노조 통합을 거쳐 마무리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20대 청년' 신한은행이 '100년 묵은 호랑이'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1년반이란 짧은 기간 만에 순조롭게 끝낼 수 있었던 데는 신 행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한 몫을 했다.

'온화한 카리스마','맏형','큰 형님' 등의 별명처럼 남의 말을 경청하는 부드러움,매일 저녁모임을 두 번씩 갖는 부지런함과 체력,목표가 정해지면 반드시 이뤄내는 추진력 등 그의 리더십은 통합 과정 곳곳에서 빛을 발했고 마침내 신한은행은 자산 200조원의 '리딩뱅크'로 재탄생했다.

"그만한 사람도 없잖아요"(이건희 신한은행 노조위원장)라는 말처럼 신 행장에 대한 은행 내 신임은 한없이 두텁다.


◆믿음직한 맏형이 리딩뱅크 수장으로

신 행장은 당연한 얘기같지만 '신한인'의 표상으로 꼽을 수 있다.

상고를 졸업하고 1982년 창립 멤버로 입행한 뒤 뛰어난 영업 실적을 바탕으로 입행 20년 만인 2003년 은행장에 올랐다.

그는 지점장 때 은행 내 최고 영예인 종합업무평가대회 대상을 두 번이나 거머쥐었다.

일본 오사카 지점장 때 일본 야쿠자에게 연체 채권을 받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호남출신인 그가 경상도 출신인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에 의해 은행장으로 발탁된 것도 영업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행장의 진정한 힘은 푸근하고 따뜻한 성격이라는 게 지인들의 말이다.

직원들의 경조사를 일일이 챙기고 외환위기 때 회사를 떠난 직원들 앞에선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 3년 전 인수한 신한은행 농구단이 지난해 우승하자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하는 휴머니스트다.

최고경영자지만 나서서 말하기보다 남의 말을 경청하며 한 번 사귄 사람은 끝까지 챙기는 의리파로도 정평이 나 있다.

오사카 지점장 때 만든 재일교포 주주 2,3세 모임을 15년째 이끌고 있기도 하다.

직원들이 믿음직한 맏형같은 데다 은행의 속사정과 경영흐름을 꿰뚫고 있는 신 행장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행장을 맡은 그는 견실한 자산운용과 순조로운 통합작업을 진두지휘하며 2003년 자산 69조원이었던 신한은행을 자산 202조원(2007년 9월 말)을 가진 리딩뱅크로 이끌었다.

◆통합의 마술…신한은 '달랐다'

신흥명문 신한은행과 백년명가 조흥은행의 결합은 누가봐도 어려운 과제였다.

다른 은행과 합병했던 우리은행(상업+한일),국민은행(주택+국민),하나은행(서울+하나) 등이 모두 내부적인 통합의 상처를 안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신한은 달랐다.

인수 후 2년간 공동경영기간으로 정해 두 은행이 손발을 맞춘 뒤 2006년 4월 전격 통합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파열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으며 통합도 예정보다 더 빨리 마무리됐다.

여기엔 신 행장의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는 게 공통적인 평가다.

그는 능력제일주의를 내걸고 경영의 근본인 인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실시했다.

승진이나 처우에 다른 잣대는 없었다.

또 두 은행 직원을 한 팀으로 묶어 고객 이탈을 막고 화학적 융합을 시도했다.

그는 통합은행장으로 선임된 뒤 100일 동안 직원들과 아침,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1만4000명의 직원 중 4분의 1가량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두 은행의 성공적인 통합과정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에서도 강의되고 있다.

◆'월드클래스 뱅크'로 이끈다

현장을 발로 뛰어 온 덕분에 신 행장은 시장 흐름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

경쟁은행들이 그를 '여우 같다'고 할 정도다.

작년 4월 통합 신한은행 출범식에서 신 행장은 "'골드로드'(Gold Road)를 따라 세계금융시장으로 당당히 나아가 글로벌 플레이어와 겨루는 '월드클래스 뱅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포화상태인 국내에서의 경쟁을 끝내고 해외로 나가겠다는 화두를 던진 것.신한은행은 즉각 글로벌 전략 로드맵을 마련하고 올해 미국에서 교포은행이 아닌 현지은행을 인수했으며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진출했다.

올 들어 해외 진출은 은행권의 공통 화두가 됐다.

국내에서의 외형경쟁에 치중한 나머지 최근 자금난까지 겪자 새 성장동력과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신 행장이 2004년 지속가능경영을 화두로 내세워 시작한 사회공헌상품 출시,사회공헌백서 출간 등도 금융권 전반으로 퍼졌다.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몰래 힘을 기른다는 뜻)는 신 행장이 행장이 된 후 즐겨쓰는 사자성어다.

통합을 마친 신 행장이 2008년 금융권의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어떤 경영을 선보일지 금융권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글=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