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부터 두달간 중국펀드에는 무려 8조원의 돈이 몰렸다.

하지만 중국 증시가 10월 말 이후 급락하면서 이 기간 가입자들은 모두 손실을 봤다.

이때부터 펀드시장에서는 특정 펀드에 대한 과도한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졌다.


운용사들도 분산 투자가 바람직하다며 대안펀드를 앞다퉈 내놓았다.

그러나 운용사들의 펀드별 수탁액 비중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특정 지역이나 섹터 펀드로의 쏠림이 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일부 운용사는 특정펀드 비중이 80% 가까이 달했다.

2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해외펀드 수탁액 기준 상위 11개 운용사의 펀드별 비중을 집계한 결과 대부분의 운용사에서 특정 펀드 쏠림현상이 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토종 운용사보다는 분산 투자가 잘돼있다는 외국계 운용사에서 특히 이 같은 현상이 심했다.

신한BNP파리바운용은 전체 해외펀드 수탁액 9조8990억원(12월11일 기준) 가운데 58.63%인 5조8033억원이 중국펀드에 투자돼있다.

슈로더투신운용 역시 해외펀드 수탁액 9조2890억원 중 6조2654억원(67.45%)이 브릭스펀드에 집중됐다.

피델리티운용과 프랭클린템플턴운용도 사정이 비슷하다.

피델리티는 전체 해외펀드 수탁액 중 57.41%가 중국펀드에,프랭클린템플턴은 45.74%가 일본펀드에 각각 몰려있다.

외국계와 합작인 우리CS운용과 하나UBS운용도 해외펀드 가운데 특정 지역펀드 비중이 절반 가까이 달했다.

국내 운용사 중에선 KB자산운용과 한국투신운용 CJ자산운용 등에서 비교적 특정 펀드 쏠림현상이 심했다.

KB자산운용의 경우 전체 해외펀드 수탁액 2조419억원 가운데 1조3481억원(66.02%)이 중국펀드에 몰려있고,한국투신운용은 해외펀드(1조1439억원) 중 절반 가까이가 베트남펀드(5339억원)에 집중돼있다.

CJ자산운용은 해외펀드 중 77.49%가 아시아인프라펀드에 쏠려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행펀드만 좇아다니는 투자자들도 문제지만 쏠림현상의 위험을 알면서도 특정 인기펀드 위주로 운용 역량을 집중시키는 운용사들도 책임이 적지 않다"며 "겉으로는 분산 투자를 주장하면서 오히려 '몰빵 투자'를 유도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특정펀드 쏠림현상의 진원지로 알려졌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오히려 펀드별 비중이 적절히 분산돼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 중국펀드 수탁액은 5조1051억원으로 전체 해외펀드 수탁액(16조7808억원)의 30.42%였고,글로벌펀드 수탁액도 이와 비슷한 4조4146억원으로 26.31%를 차지했다.

이 밖에 아시아펀드와 친디아펀드가 각각 12.17%,10.47%씩을 기록했다.

삼성투신운용도 전체 해외펀드 수탁액 1조6001억원 가운데 34.08%가 물펀드에,32.02%는 중국 관련 펀드(차이나ETF 포함)에 투자돼있는 등 펀드별 비중이 적절히 분산돼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