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정당한 권익 침해까지 정당화될 순 없어"

자신이 모창 가수임을 밝히지 않고 밤무대에서 가수 박상민 행세를 한 이미테이션 가수에게 유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이경춘 부장판사)는 `박성민'이란 예명을 사용해 가수 박상민 행세를 한 혐의(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임모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명 가수를 모방해 외양을 유사하게 꾸미고 모창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이른바 이미테이션 가수 활동은 진짜 가수를 접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절묘한 모방 자체로도 그것을 보고 듣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으로 그 자체가 금지돼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그런 이미테이션 가수 활동이라는 것만으로 그 과정에서 이뤄진 타인의 정당한 권익 침해행위까지 모두 정당화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미테이션 가수임을 밝히지 않고 자신이 실제 모방대상 가수인 것처럼 행세해 오인하게 했다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나이트클럽을 찾은 손님들에게 가수 박상민의 공연으로 오인하게 했고, 그 결과 박상민에게 경제적, 정신적 손해를 끼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으나 이미테이션 가수의 정당한 활동 범위에 대해 명확한 선례가 없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한다"며 벌금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수 박상민과 외모를 비슷하게 꾸민 임씨는 2005년 12월~2006년 12월 수도권의 나이트클럽 3곳에 90여차례 출연해 `해바라기' 등 박상민의 노래를 립싱크를 하며 손님들로 하여금 자신을 진짜 박상민으로 혼동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씨는 연예인을 사칭한 사람에게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돼 형사처벌 단계에 이른 첫 사례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