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폭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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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스기 노부야 < 한국후지제록스 최고고문 nobuya.takasugi@kor.fujixerox.com >
12월 들어서 송년회 등으로 술 마실 기회가 많아졌다.일본인들은 위스키나 소주에 물을 넣어 희석시켜 먹는 습관이 있는 반면,한국인은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폭탄주가 시작된 것은 미국이란 게 정설이다.1900년대 초반 미국의 탄광,목재공장,철강공장 노동자들이 즐겨 마시던 '보일러 메이커'가 폭탄주의 기원이라고 전해진다.맥주와 양주를 섞지 않고 맥주를 마신 후 바로 양주를 단숨에 들이마시는 것이다.한국에서는 100여년 전 막걸리에 소주 한 잔을 섞어 마시는 '혼돈주' 혹은 '자중홍'이란 술이 있었다고 한다.지금의 폭탄주가 한국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초반으로,그 배경에는 고급술인 위스키 보급과 군인 정치가 고급관료 기업간부들이 폭탄주를 만들어 자신의 사회적 파워를 확인하는 풍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폭탄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대표적으로'회오리주'와 '타이타닉주'가 있고,위스키에 맥주를 섞으면 '수소폭탄주'라 하고,와인을 섞으면 '드라큘라주'라고 한다.
한.일 우호친선을 위한 연구회를 주최하는 어느 교수는 폭탄주를 아주 좋아한다.매번 술자리에 고급 위스키를 가지고 와서 폭탄주를 만들어 먼저 마신 후 '우정의 약속'이라며 참석자 전원에게 강요한다.술에 약한 필자도 이제는 익숙해져 첫 잔은 맛있다고 느낄 정도가 됐지만 두 잔 세 잔 계속되면 공포감마저 든다.
한국 지인으로부터 폭탄주의 일곱 가지 효과를 들은 적이 있다.
먼저,경제적 효과다.폭탄주를 만들어 돌리면 술자리가 빨리 끝날 뿐 아니라 안주 비용도 절약된다.둘째,우정의 고리를 만든다.폭탄주를 마신 후 잔을 들어 소리를 높이면 모두 박수를 치고 단결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셋째,민주적이다.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간다.넷째,건강에 좋다.40도 이상의 독한 술을 그냥 마시는 경우 식도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기 쉽지만 폭탄주는 그럴 위험이 없다.
다섯째,약자를 구제한다.업무상 접대하는 사람은 약자 입장으로 상대방 보다 많은 술을 마시게 되지만 폭탄주는 좋은 방어수단이 된다.여섯째,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폭탄주는 썰렁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마지막으로,엔터테인먼트다.폭탄주를 만드는 방법은 수십 가지가 있으며 그 과정을 즐기면 하나의 놀이가 된다.
폭탄주.이름은 무섭지만 접대나 우호친선을 위해서는 이만한 것도 드문 것 같다.
12월 들어서 송년회 등으로 술 마실 기회가 많아졌다.일본인들은 위스키나 소주에 물을 넣어 희석시켜 먹는 습관이 있는 반면,한국인은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폭탄주가 시작된 것은 미국이란 게 정설이다.1900년대 초반 미국의 탄광,목재공장,철강공장 노동자들이 즐겨 마시던 '보일러 메이커'가 폭탄주의 기원이라고 전해진다.맥주와 양주를 섞지 않고 맥주를 마신 후 바로 양주를 단숨에 들이마시는 것이다.한국에서는 100여년 전 막걸리에 소주 한 잔을 섞어 마시는 '혼돈주' 혹은 '자중홍'이란 술이 있었다고 한다.지금의 폭탄주가 한국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초반으로,그 배경에는 고급술인 위스키 보급과 군인 정치가 고급관료 기업간부들이 폭탄주를 만들어 자신의 사회적 파워를 확인하는 풍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폭탄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대표적으로'회오리주'와 '타이타닉주'가 있고,위스키에 맥주를 섞으면 '수소폭탄주'라 하고,와인을 섞으면 '드라큘라주'라고 한다.
한.일 우호친선을 위한 연구회를 주최하는 어느 교수는 폭탄주를 아주 좋아한다.매번 술자리에 고급 위스키를 가지고 와서 폭탄주를 만들어 먼저 마신 후 '우정의 약속'이라며 참석자 전원에게 강요한다.술에 약한 필자도 이제는 익숙해져 첫 잔은 맛있다고 느낄 정도가 됐지만 두 잔 세 잔 계속되면 공포감마저 든다.
한국 지인으로부터 폭탄주의 일곱 가지 효과를 들은 적이 있다.
먼저,경제적 효과다.폭탄주를 만들어 돌리면 술자리가 빨리 끝날 뿐 아니라 안주 비용도 절약된다.둘째,우정의 고리를 만든다.폭탄주를 마신 후 잔을 들어 소리를 높이면 모두 박수를 치고 단결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셋째,민주적이다.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간다.넷째,건강에 좋다.40도 이상의 독한 술을 그냥 마시는 경우 식도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기 쉽지만 폭탄주는 그럴 위험이 없다.
다섯째,약자를 구제한다.업무상 접대하는 사람은 약자 입장으로 상대방 보다 많은 술을 마시게 되지만 폭탄주는 좋은 방어수단이 된다.여섯째,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폭탄주는 썰렁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마지막으로,엔터테인먼트다.폭탄주를 만드는 방법은 수십 가지가 있으며 그 과정을 즐기면 하나의 놀이가 된다.
폭탄주.이름은 무섭지만 접대나 우호친선을 위해서는 이만한 것도 드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