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급 프로골퍼 어니 엘스(남아공)가 이력서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엘스는 10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렐라네의 레퍼드크릭 골프장(파72)에서 열린 유럽프로골프 알프레드 던힐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쳐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자 존 비커턴(잉글랜드)에 1타 뒤진 공동2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단순한 1타차 준우승이 아니라 다 잡은 우승을 코 앞에서 놓쳤다는 사실이 세계랭킹 1위를 노리는 엘스에게 뼈아팠다.

엘스는 마지막 18번홀(파5)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섰을 때 2타차 단독 선두에 올라 있어 보기를 해도 우승할 수 있었다.

그린을 향해 날린 두번째 샷이 물에 빠졌을 때도 엘스의 우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1벌타를 받아도 네번 만에 그린에 올라가 퍼트 두번이면 우승컵은 엘스 몫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엘스는 그린 앞에서 친 네번째 샷마저 그린을 훌쩍 넘겼고 볼은 연못 속으로 사라졌다.

다시 벌타를 보태 여섯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린 엘스는 1.8m 짜리 더블보기 퍼트까지 놓치면서 연장전에 나갈 기회까지 날렸다.

이날 4언더파 68타를 친 비커턴은 "경기를 마치고 준우승은 하겠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몰랐는데 누군가가 연장전을 준비하라고 하더니 조금 있다 우승을 축하한다고 했다"며 마치 기대하지도 않은 선물을 받은 어린이처럼 어쩔 줄 몰라 했다.

비커턴은 "엘스에게 악수를 청했는데 차마 위로의 말조차 꺼내기가 힘들었다"면서 "그래도 엘스는 그동안 많은 대회에서 우승했고 앞으로도 많이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엘스는 보도진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엘스는 1998년 조니워커클래식에서 8타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지만 1오버파 73타를 치는 부진 끝에 7타를 줄인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된 적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