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언니' 박세리(30·CJ)의 지략이 아시아팀의 '렉서스컵' 2연패를 가능케 했다.

9일 호주 퍼스의 바인스리조트 골프장(파72·길이 6634야드)에서 열린 '2007 렉서스컵' 3라운드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출전 선수 12명 가운데 9명이 한국 선수로 구성된 아시아팀은 4승3무5패로 승점 5.5점을 추가,총 승점 15점으로 9점을 획득하는 데 그친 세계 연합팀을 제압했다.

첫날 포섬(두 선수가 1개의 볼을 번갈아 침) 방식에서 6전 전승을 거둔 아시아팀은 둘째날 포볼(두 선수가 각자의 볼로 플레이하되 좋은 스코어를 채택) 방식에서도 3.5점 대 2.5점으로 승리를 거둬 최종일 12개 매치 가운데 3개의 매치만 이겨도 확정지을 수 있었다.

양팀 주장인 박세리와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전날 등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최종일 출전하지 못하게 되자 대회 전통인 '주장 맞대결'을 포기하는 대신 어깨 통증이 있는 박세리와 페테르센이 무승부를 기록한 것으로 처리하고 11개의 매치만 진행시켰다.

최종일 매치는 선수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승부의 향방이 갈릴 수도 있는 상황.박세리는 초반에 3개의 매치를 따내기 위해 치밀한 작전을 구상했다.

소렌스탐의 맞상대로 비교적 약한 캔디 쿵(대만)을 배치해 '물타기'를 시도한 뒤 팀내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이지영(22·하이마트) 김인경(19) 이선화(21·CJ)를 앞조에 집중 편성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쿵은 소렌스탐에 4&3(3홀 남기고 4홀 차)로 완패하고 에이미 훙(대만)도 세계 연합팀으로 출전한 안젤라 박(19)에게 졌지만 이지영과 김인경은 니콜 카스트랄리와 스테이시 프라마나수드(이상 미국)를 나란히 2&1으로 완파하며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때 '제2의 박세리'로 불렸던 이선화는 기대에 부응하듯 '베테랑' 크리스티 커(미국)를 맞아 특유의 침착함을 내세워 3&2로 누르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아시아팀에 완패 위기에 몰린 세계 연합팀은 이후 이정연(28)에게만 졌을 뿐 나머지 6개의 매치에서 3승3무를 기록하는 뒷심을 보여줬다.

초반에 승부를 내지 못했을 경우 자칫 역전패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었다.

세계 연합팀은 '여제'로 군림했던 소렌스탐을 비롯 시즌 5승의 페테르센,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자 모건 프레셀(미국),에비앙 마스터스 챔피언 나탈리 걸비스(미국),올해 신인상 수상자 안젤라 박 등 만만치 않은 선수들을 내세워 맞섰으나 한국 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