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 10만가구] (상) 얼마나 심각한가‥입주 4개월 지나도 40%가 '불꺼진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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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 시내에서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입안동 A 아파트.총 1017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이지만,지난 8월부터 입주가 시작돼 4개월이 지났으나 아직 40% 이상이 미분양 상태다.
계약자 중에는 입주하지 않고 아파트를 전세로 돌린 사람이 많지만,대부분 세입자를 찾지 못해 실제 입주한 가구는 300가구를 조금 넘는 정도여서 밤에는 불꺼진 아파트가 더 많다.
수요가 없다 보니 집값도 110㎡형(34평) 기준으로 분양가보다 오히려 1000만원가량 낮은 1억5000만원 선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전남 목포 옥암동 B 아파트(970가구)에서 전셋집을 구한 박모씨(40)는 전세계약을 집주인이 아닌 이 아파트의 시행업체와 맺었다.
이 시행사는 지난 5월 입주가 시작된 이후에도 계약률이 30%를 밑돌자 급전을 조달하기 위해 일단 미분양 물량을 전세로 돌리는 고육지책을 동원한 것이다.
이들처럼 아파트는 준공돼 입주가 이미 시작됐는데도 여전히 팔리지 않아 올 10월 말 현재 10만3331가구에 달하는 미분양 물량 중에서도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1만5000가구를 넘는다.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정부가 지방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해소한 것도 광주에서 일부 업체만 '반짝효과'를 거뒀을 뿐 부산 울산 대전 등에서는 거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지방에 편중됐던 미분양 사태가 충청권을 넘어 수도권에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파주신도시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난 것이 단적인 예다.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에 서둘러 주택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심리가 강한 속에 금융권 대출규제 강화로 주택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이달과 내년 초에 걸쳐 엄청난 신규 분양물량을 쏟아낼 예정이어서 미분양 사태는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수도권
수도권 미분양 물량의 87%가 몰려 있는 경기도에서는 업체들이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양주 화도읍 C 아파트는 지난 7월 분양을 시작해 6개월이 다 돼가지만,전체 500여가구 중 계약분이 50%도 안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미 계약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와 계약이 이뤄지면 최고 50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갖가지 비상책을 쓰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분양가를 처음보다 낮춰 재분양하는 극약처방을 동원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남양주 도농동 D 아파트는 지난 6월부터 분양에 나섰지만,계약률이 30%에도 못 미치자 3개월 만인 9월에 분양가를 3.3㎡(1평)당 100만원 내려 재분양하고 있다.
◆영남권
부산 대구 울산 등의 주택시장 분위기는 '밑바닥'이다.
부산의 한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10년 넘게 일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상황이 안 좋은 적은 없었다"며 "분양가 상한제에다 대선까지 겹쳐 수요가 일시에 모두 사라져버린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산 정관지구와 명지지구는 10여개 업체들이 분양에 나선 지 1년이 넘었지만,일부 단지는 계약률이 아직도 50% 밑을 맴돌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분양에 나선 대형 업체들도 참패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대우건설은 연제구 거제동에 478가구를 공급했지만 순위 내 접수에서 불과 17명만 신청했다.
앞서 GS건설이 10월 연제구 연산동에 분양한 1469가구 역시 청약률이 13%에 그쳤다.
대구와 울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울산은 올해에만 2만7000여가구가 쏟아져 단기 주택 과잉공급에 따른 미분양 물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충청권·강원권
강원도는 요즘 건설업계에서 신규 분양아파트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지난 9월 이후 강릉시 '신태양'(95가구),동해시 '엘리시아'(268가구),춘천시 '스웨첸'(367가구) 등 3개 단지가 3순위 청약까지 청약률 '제로(0)'를 기록했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로 동시에 선정돼 개발호재가 많은 원주시에서조차 상당수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
충청권은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장 위기감마저 희미해질 정도로 체념상태다.
대전에서 분양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분양한 지 1년이 다 돼가도록 분양률이 30%를 밑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12월 대선,내년 1~2월 비수기와 설연휴를 거치면서 대규모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난으로 봄이 오기 전에 쓰러지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란 흉흉한 관측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호남권
작년 9월 호남권 최대 택지지구인 1만1000여가구의 광주 수완지구 동시분양이 시작되면서 공급과잉의 시름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최근 투기과열지구 해제 덕에 남양휴튼이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에서 분양한 '남양휴튼 2차'가 예상밖으로 평균 3.96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되기는 했지만,일부 위치가 좋은 단지를 제외하곤 최근 계약률이 30%를 넘은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정호/박종서/정호진 기자 dolph@hankyung.com
계약자 중에는 입주하지 않고 아파트를 전세로 돌린 사람이 많지만,대부분 세입자를 찾지 못해 실제 입주한 가구는 300가구를 조금 넘는 정도여서 밤에는 불꺼진 아파트가 더 많다.
수요가 없다 보니 집값도 110㎡형(34평) 기준으로 분양가보다 오히려 1000만원가량 낮은 1억5000만원 선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전남 목포 옥암동 B 아파트(970가구)에서 전셋집을 구한 박모씨(40)는 전세계약을 집주인이 아닌 이 아파트의 시행업체와 맺었다.
이 시행사는 지난 5월 입주가 시작된 이후에도 계약률이 30%를 밑돌자 급전을 조달하기 위해 일단 미분양 물량을 전세로 돌리는 고육지책을 동원한 것이다.
이들처럼 아파트는 준공돼 입주가 이미 시작됐는데도 여전히 팔리지 않아 올 10월 말 현재 10만3331가구에 달하는 미분양 물량 중에서도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1만5000가구를 넘는다.
2000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정부가 지방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을 해소한 것도 광주에서 일부 업체만 '반짝효과'를 거뒀을 뿐 부산 울산 대전 등에서는 거의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지방에 편중됐던 미분양 사태가 충청권을 넘어 수도권에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파주신도시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난 것이 단적인 예다.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에 서둘러 주택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심리가 강한 속에 금융권 대출규제 강화로 주택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이달과 내년 초에 걸쳐 엄청난 신규 분양물량을 쏟아낼 예정이어서 미분양 사태는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수도권
수도권 미분양 물량의 87%가 몰려 있는 경기도에서는 업체들이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양주 화도읍 C 아파트는 지난 7월 분양을 시작해 6개월이 다 돼가지만,전체 500여가구 중 계약분이 50%도 안 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미 계약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데리고 와 계약이 이뤄지면 최고 50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갖가지 비상책을 쓰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분양가를 처음보다 낮춰 재분양하는 극약처방을 동원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남양주 도농동 D 아파트는 지난 6월부터 분양에 나섰지만,계약률이 30%에도 못 미치자 3개월 만인 9월에 분양가를 3.3㎡(1평)당 100만원 내려 재분양하고 있다.
◆영남권
부산 대구 울산 등의 주택시장 분위기는 '밑바닥'이다.
부산의 한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는 "10년 넘게 일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상황이 안 좋은 적은 없었다"며 "분양가 상한제에다 대선까지 겹쳐 수요가 일시에 모두 사라져버린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산 정관지구와 명지지구는 10여개 업체들이 분양에 나선 지 1년이 넘었지만,일부 단지는 계약률이 아직도 50% 밑을 맴돌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 분양에 나선 대형 업체들도 참패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대우건설은 연제구 거제동에 478가구를 공급했지만 순위 내 접수에서 불과 17명만 신청했다.
앞서 GS건설이 10월 연제구 연산동에 분양한 1469가구 역시 청약률이 13%에 그쳤다.
대구와 울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울산은 올해에만 2만7000여가구가 쏟아져 단기 주택 과잉공급에 따른 미분양 물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충청권·강원권
강원도는 요즘 건설업계에서 신규 분양아파트의 무덤이라고 불린다.
지난 9월 이후 강릉시 '신태양'(95가구),동해시 '엘리시아'(268가구),춘천시 '스웨첸'(367가구) 등 3개 단지가 3순위 청약까지 청약률 '제로(0)'를 기록했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로 동시에 선정돼 개발호재가 많은 원주시에서조차 상당수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
충청권은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장 위기감마저 희미해질 정도로 체념상태다.
대전에서 분양 중인 한 업체 관계자는 "분양한 지 1년이 다 돼가도록 분양률이 30%를 밑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12월 대선,내년 1~2월 비수기와 설연휴를 거치면서 대규모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난으로 봄이 오기 전에 쓰러지는 업체들이 속출할 것이란 흉흉한 관측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호남권
작년 9월 호남권 최대 택지지구인 1만1000여가구의 광주 수완지구 동시분양이 시작되면서 공급과잉의 시름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최근 투기과열지구 해제 덕에 남양휴튼이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에서 분양한 '남양휴튼 2차'가 예상밖으로 평균 3.96 대 1의 높은 경쟁률로 마감되기는 했지만,일부 위치가 좋은 단지를 제외하곤 최근 계약률이 30%를 넘은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정호/박종서/정호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