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정책대결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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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선거 때가 아니어도 정치기사는 '말'이다.
아마 90% 이상? 딱히 얼마라긴 어렵지만 거의 대부분이 말이다.
그들의 시대는 갔건만 3김씨의 말은 여전히 기사가 된다.
대선 주자들 한마디 한마디는 당연히 그날의 주요 뉴스거리다.
후보들 말이 주메뉴라면 참모들의 다양한 언사는 따라붙는 반찬이다.
때로는 작은 접시의 반찬맛이 더 돋보이고,때로는 반찬 때문에 잘 차려진 밥상이 망가진다.
주요 정치인은 말을 하지 않는 것조차 기사다.
'박근혜,며칠째 침묵'이 기사가 되고,지지유세에서 그의 발언 수위는 기사 크기를 좌우한다.
정책을 총괄하지만 대통령도 그 입에서 떨어지는 말과 말이 기사거리로는 더 신선할 때가 많다.
표현이 저잣거리 그대로 생생하거나 색다르고,말이 많아 불필요한 발언까지 한 노무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한마디는 톱기사이고,농담처럼 보였지만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죠"도 커다란 활자감이다.
경제 문화 체육 분야에서도 특정인의 기사가 말 위주로 반복된다면 그는 넓은 의미에서 정치인이 된 것이다.
왜 말인가.
정치란 게 말로 이뤄지고,정치인들이 본시 말로 살기 때문이리라.
이번 대선에서도 이념이 깃든 말의 성찬이 넘친다.
때문에 "정책(대결)이 실종됐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그러나 우려할 일만도 아니다.
정책과 이념은 동전의 앞뒤다.
이념이 모습으로 드러나는 게 정책이고,정책을 뜯어보면 뒤에 가려진 가치관이 보인다.
연일 마구 쏟아지는 붕어빵 공약을 염두에 두면서 "정책대결을 벌여라""정책위주로 보도하라"고 판에 박힌 주문을 하는 전문가도 많다.
경쟁은 치열하고,제도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입시에서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하라는 원론과 같은 주문이다.
당위론은 떼어놓고 보면 맞지만 대개 현실과 차이난다.
실현성도 낮고,실천에 의지도 없는,비슷비슷한 공약만 지면에 나열되면 공약검증을 요구했던 이들까지 지루해 신문을 덮고 말 것이다.
민주주의가 앞섰다는 미국에서도 캠페인 기간엔 정책보다 상대방 후보 인신비방으로 일관하는 방송광고가 판을 치는 게 선거다.
결국 공약으로 분칠된 정책에 너무 큰 기대는 않는 게 좋겠다.
선거기획에 능통한 '정치기술자'들은 공약(정책)을 뗏목이라고 한다.
강(선거)을 건너면 뗏목은 당연히 버려야지,그걸 낑낑거리며 지고 가는 것은 어리석다는 얘기다.
더구나 한국의 대통령은 한번 하면 끝,단임제다.
그래도 말이 넘치는 사이로 정책공약이라는 장미꽃은 다발다발 굴러나온다.
지금 하루하루 생활이 비록 어려운 사람이라도 기대는 접어두자.사막길을 가도 "저기,저 모퉁이만 돌면 오아시스가 있다"며 끝없이 최면을 거는 이가 정치인이다.
지친 대중이 "에이! 없잖아"라며 화내도 "아니다.
저 고개만 넘으면 이번엔 진짜 오아시스다"며 거듭 집단 최면을 시도하는 것이 자칭 정치지도자다.
2주 후면 '1호 공무원'을 뽑는다.
말을 곰곰이 보자.거짓말 하는지,막말을 하는지,한입으로 여러 말 하는지를.인격이,이념과 철학이 말속에 있다.
미래와 비전,나라의 방향을 정하는 '정책'도 결국 그 안에서 보일 것이다.
허원순 정치부 차장 huhws@hankyung.com
아마 90% 이상? 딱히 얼마라긴 어렵지만 거의 대부분이 말이다.
그들의 시대는 갔건만 3김씨의 말은 여전히 기사가 된다.
대선 주자들 한마디 한마디는 당연히 그날의 주요 뉴스거리다.
후보들 말이 주메뉴라면 참모들의 다양한 언사는 따라붙는 반찬이다.
때로는 작은 접시의 반찬맛이 더 돋보이고,때로는 반찬 때문에 잘 차려진 밥상이 망가진다.
주요 정치인은 말을 하지 않는 것조차 기사다.
'박근혜,며칠째 침묵'이 기사가 되고,지지유세에서 그의 발언 수위는 기사 크기를 좌우한다.
정책을 총괄하지만 대통령도 그 입에서 떨어지는 말과 말이 기사거리로는 더 신선할 때가 많다.
표현이 저잣거리 그대로 생생하거나 색다르고,말이 많아 불필요한 발언까지 한 노무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한마디는 톱기사이고,농담처럼 보였지만 "이쯤되면 막가자는 거죠"도 커다란 활자감이다.
경제 문화 체육 분야에서도 특정인의 기사가 말 위주로 반복된다면 그는 넓은 의미에서 정치인이 된 것이다.
왜 말인가.
정치란 게 말로 이뤄지고,정치인들이 본시 말로 살기 때문이리라.
이번 대선에서도 이념이 깃든 말의 성찬이 넘친다.
때문에 "정책(대결)이 실종됐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않다.
그러나 우려할 일만도 아니다.
정책과 이념은 동전의 앞뒤다.
이념이 모습으로 드러나는 게 정책이고,정책을 뜯어보면 뒤에 가려진 가치관이 보인다.
연일 마구 쏟아지는 붕어빵 공약을 염두에 두면서 "정책대결을 벌여라""정책위주로 보도하라"고 판에 박힌 주문을 하는 전문가도 많다.
경쟁은 치열하고,제도는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입시에서 교과서만 열심히 공부하라는 원론과 같은 주문이다.
당위론은 떼어놓고 보면 맞지만 대개 현실과 차이난다.
실현성도 낮고,실천에 의지도 없는,비슷비슷한 공약만 지면에 나열되면 공약검증을 요구했던 이들까지 지루해 신문을 덮고 말 것이다.
민주주의가 앞섰다는 미국에서도 캠페인 기간엔 정책보다 상대방 후보 인신비방으로 일관하는 방송광고가 판을 치는 게 선거다.
결국 공약으로 분칠된 정책에 너무 큰 기대는 않는 게 좋겠다.
선거기획에 능통한 '정치기술자'들은 공약(정책)을 뗏목이라고 한다.
강(선거)을 건너면 뗏목은 당연히 버려야지,그걸 낑낑거리며 지고 가는 것은 어리석다는 얘기다.
더구나 한국의 대통령은 한번 하면 끝,단임제다.
그래도 말이 넘치는 사이로 정책공약이라는 장미꽃은 다발다발 굴러나온다.
지금 하루하루 생활이 비록 어려운 사람이라도 기대는 접어두자.사막길을 가도 "저기,저 모퉁이만 돌면 오아시스가 있다"며 끝없이 최면을 거는 이가 정치인이다.
지친 대중이 "에이! 없잖아"라며 화내도 "아니다.
저 고개만 넘으면 이번엔 진짜 오아시스다"며 거듭 집단 최면을 시도하는 것이 자칭 정치지도자다.
2주 후면 '1호 공무원'을 뽑는다.
말을 곰곰이 보자.거짓말 하는지,막말을 하는지,한입으로 여러 말 하는지를.인격이,이념과 철학이 말속에 있다.
미래와 비전,나라의 방향을 정하는 '정책'도 결국 그 안에서 보일 것이다.
허원순 정치부 차장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