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국채 선물 12월물 값이 폭락하고,5년물 국고채 금리는 6%대에 이르러 5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이상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패닉 상태라는 이야기마저 나오는 상황이고 보면 보통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채권시장 대혼란이 자금시장 경색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요즘 은행들은 예금이 주식형 펀드와 증권사 CMA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자금 사정이 말이 아니다.

이 때문에 재원 마련을 위해 은행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고,이것이 채권 값을 떨어뜨리고 금리를 밀어올리는 결과로 연결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신용경색 여파로 달러화 차입 길까지 막혀 어려움이 더하다.

금융당국이 나서 숨통을 뚫어줘야 한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반면 한국은행의 입장은 다르다.

자금 공급 자체가 모자라는 게 아니라 쏠림 현상이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들이 복합적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더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은행들이 그동안 자금유치 노력을 게을리 해온 게 사실이고 보면 일리 있는 말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옳은가 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금리가 급격히 솟구치는 것은 금융회사는 물론 기업과 가계 부문에도 큰 주름살을 만들 수밖에 없어 정말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이 더 이어지면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되는 것은 물론 기업들의 국제경쟁력도 뒷걸음질할 것이란 이야기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비정상적 상태부터 바로잡는 일이 급선무다.

유연한 정책 대응으로 자금순환의 숨통을 터줘 시장참여자들의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금융당국이 소규모로나마 국고채 매입에 나서기로 한 결정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단기처방으로 충분할지는 의문이다.

필요하다면 국고채 및 환매채(RP) 추가 매입,대손충당금 적립 완화 같은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도 금융불안 때문에 금리인하나 유동성 공급 확대를 선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