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ㆍ민주 합당무산에 이해찬ㆍ손학규 쓴소리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BBK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승부수로 던졌던 민주당과의 통합과 단일화카드가 끝내 물거품이 돼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당내에선 의견수렴 없이 통합을 추진했다가 거센 후폭풍에 직면한 터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의 연대추진은 거북이 걸음이다.

말그대로 사면초가다.

정 후보가 21일 밤 늦게까지 선대위 인력을 총동원,민주당 측과 통합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뛴 것은 이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

정 후보가 이인제 민주당 후보와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하고 연락이 닿지 않자 "정동영입니다.

만납시다"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와 음성 메시지까지 남긴 데서 다급함이 묻어난다.

이 후보는 이미 신당의 합의파기로 격앙된 상태였다.

결국 정 후보는 '콜백'을 받지 못했다.

역시 내년 총선 공천과 직결돼 있는 지분이 문제였다.

자신이 민주당과 합의했던 5 대 5 지분을 수용할 수 없다는 당내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정 후보는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당장 선대위원장들이 반기를 드는 등 당내 반발이 심상치 않다.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22일 선대위 회의에서 "(통합논의가) 주식회사 지분 나눠먹기 하는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에 당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지는 것"이라며 "협상을 하더라도 대의에 맞는,사회적 상식에 맞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도 말씨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도 "우리 선거가 국민들에게 '정치세력 간의 정치'로 비쳐선 안된다"며 "떳떳하고 당당하게 국민을 상대로 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국민의 생각이 뭔지를 중심으로 선거캠페인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들의 발언은 정 후보에 대한 당내 반발기류가 위험수위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코너에 몰린 정 후보로선 전략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과의 통합을 이룬 뒤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로 가겠다는 2단계 연대론이 난망해진 탓이다.

이제 정 후보는 문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추진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 후보 측은 실제 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정 후보 측은 서두르지만 문 후보 측은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맞짱토론'에 공감하지만 각론에선 입장차가 여전하다.

두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12월 초에나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범여권 후보들이 일단 후보등록(25,26일)을 하고 각개약진한 뒤 지지율 추이를 봐가면서 연합정부 등을 고리로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재창/강동균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