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상호출자를 이용한 무자본 인수·합병(M&A)에 소액주주들만 골탕먹는 사례가 적지 않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두림티앤씨의 상화마이크로텍 인수가 그 대표적 예다.

22일 두림티앤씨와 상화마이크로텍은 각각 6.98%,7.25% 하락하며 동반 급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나흘 연속 하한가를 맞았던 두림티앤씨는 엿새 만에 반토막이 났고 상화마이크로텍은 9거래일 만에 약 40% 빠졌다.

이 같은 급락은 지난주 두림티앤씨가 상화마이크로텍을 상호출자 방식으로 인수한 전후로 나타나고 있다.

두림티앤씨는 지난 16일 상화마이크로텍 지분 25.18%를 230억원에 인수키로 하고 계약금 70억원을 지급했다.

상화마이크로텍이 14일 교보증권에서 70억원을 차입해 두림티앤씨의 유상증자에 70억원 규모(지분 3.3%)로 참여한다고 밝힌 직후였다.

즉 인수대상업체가 빌린 돈을 유상증자로 조달해 이를 M&A 자금으로 활용하는 사실상 무자본 상호출자 방식을 활용한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 집단에 속하지 않고,상법상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50%를 넘지 않으면 상호출자가 허용된다.

법을 위반하지는 않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상호출자를 M&A에서 이용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고 정상적인 M&A나 투자라고 보기 힘들다"며 "결국 주가가 급락해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상호출자 과정에선 배임 혐의도 제기되고 있다.

상화마이크로텍이 참여한 두림티앤씨의 유상증자는 지난 5월 말 결의된 후 반년 가까이 연기돼 신주 발행가격이 시장가보다 크게 높았다.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1만850원으로 당시 7000원 내외였던 주가보다 약 50%나 비쌌다.

이에 따라 두림티앤씨가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전제 아래 상화마이크로텍이 시장가보다 비싸게 두림티앤씨 유상증자에 참여,회사에 손실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두림티앤씨와 상화마이크로텍의 상호출자는 상법상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상화마이크로텍 이사진의 배임 혐의와 함께 두림티앤씨의 M&A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