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필름 없는 디지털극장 시대'가 본격화된다.

국내 1,2위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디지털화 사업을 함께 벌이고 있다.

2010년에는 디지털 스크린 비율이 5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내달 중순 디지털 영사기를 공급하는 합작회사 '디시네마코리아'를 설립할 예정이다.

공동 대표는 CGV의 손상익 상무와 롯데시네마의 이성관 이사가 맡기로 했다.

양사가 50%씩 출자해 자본금 30억원으로 출발하지만 추가적인 투자 유치도 계획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 1월부터 극장에 디지털 영사기를 구입가격(8000만~1억원)의 3분의 1에 제공하고,배급사로부터 기존 필름 프린트 비용(150만∼200만원)의 절반을 '가상 프린트 비용'으로 받을 계획이다.

현재 CGV(445개 스크린)와 롯데시네마(300개)의 스크린 수는 국내 전체(1980개)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모회사인 CGV와 롯데시네마만 잡아도 국내 스크린의 40%가량이 디지털화되는 셈이다.

디시네마코리아에 가상 프린트 비용을 줘야하는 배급 업계를 설득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수위 투자ㆍ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규 CGV 팀장은 "초기에 어려움은 있겠지만 디시네마코리아가 현재 5%(107개)에 불과한 디지털 스크린 비율을 2010년까지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화계도 디지털화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최근 개봉된 '베오울프'를 비롯해 할리우드의 디지털 영화 제작비율이 70%를 넘고 있고,2013년에는 전세계 스크린의 절반이 디지털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형 멀티플렉스가 디지털화를 주도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디시네마코리아가 디지털 영사 시스템을 기반으로 배급까지 하게 되면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화에 뒤처진 중소 극장들의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이준동 부회장은 "디지털화는 공공 인프라 개념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대형 멀티플렉스들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디시네마코리아 측은 사업 목적에 배급업을 넣을 계획이 없으며,디지털화도 전체 극장을 상대로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롯데시네마의 임성규 과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디지털화를 위해 멀티플렉스들이 먼저 나선 것일 뿐"이라며 "미국에서도 리갈ㆍAMCㆍ시네마크 등 메이저 영화관들이 합작회사를 세워 디시네마코리아와 같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