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가 허전하다. 무기력증에 빠진 증시가 3개월여만에 1800선마저 내주며 힘없이 밀려나고 있다.

지지선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 상황이어서 매도 타이밍을 놓친 투자자들이라면 속절없이 그냥 시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조정의 원인이 된 대외 변수들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수급도 꼬인 탓에 단기적인 지수 전망은 답답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시장의 장기 상승 추세가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희망만은 여전히 남아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수가 과매도권에 진입함에 따라 슬슬 '사자'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한다며 투심을 달래고 있다.

22일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연구원은 "본격적인 강세 국면 전환에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횡보는 없다"면서 "1800선을 하회하는 추가 하락이 나타난 후엔 'V자' 반등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의 신용위기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주식시장은 악재들을 선반영한다는 점에서 증시에 끼치는 영향은 막바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연말연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대응도 기대해볼만 하고, 중국의 조정이 길게보면 적절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긴축강화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이어 그는 "국내 증시의 지나친 변동성은 과도한 대차거래, 프로그램 매매의 과잉 등이 주된 원인"이라면서 "대차와 프로그램 모두 방향성이 바뀔 땐 급격한 환매수에 따른 V자형 장세를 만들어내게 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 펀더멘털의 근본적인 훼손이 아닌 외부 변수에 따른 지수 충격은 이미 지난 8월 한차례 경험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지난번 급락과 같은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

박 연구원은 "1800선 아래는 싸다"면서 "실적에 대비해 단기 낙폭이 과도했던 산업재와 소재산업의 대표주, 아시아권 내수 성장의 수혜주라 볼 수 있는 증권, 보험, 인터넷, 항공, 일부 유통주들에 대해 저점 매수에 나서라"고 조언했다.

IT의 경우 원/엔 환율의 급격한 회복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원/엔 환율에 민감도가 높은 종목들을 관심권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K증권도 샌드위치 상황에 놓인 국내 시장이 모멘텀을 빠르게 회복하긴 어렵겠지만 단기 급락으로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구간에 진입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간 쏠림 현상이 강화되면서 코스피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 수준까지 근접했는데 이는 내년 이익 전망을 고려할 때 매력적인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또 대세 상승 후 악재가 불거지더라도 주봉상 4주 연속 음봉에서 마무리됐었다는 과거 경험상 4주차인 이번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원은 "현 주가 수준은 직전 상승폭(8월17일 저점에서 지난 1일 고점까지의 상승폭)의 61,8% 되돌림 수준"이라면서 "현 수준을 벗어난 주가는 아래로 오버슈팅하는 것인만큼 추격매도보다는 기술적 반등을 이용한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음식료와 유통 등 원화강세 및 내수회복 수혜주, 철강·화학 등 낙폭 과대 주도주 등을 선호 대상으로 추천.

신영증권 역시 "단기적인 투자전략이 매우 혼란스러울 수 있는 시점이지만 최근의 하락은 내년초 겪을 수 있는 혼란이나 부담을 덜어내는 성격이 짙다"면서 "매도에 가담하는 것보다는 연말까지의 회복을 상정하고 서서히 매수 관점에서 접근할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시장의 추세 자체를 의심할 단계는 아니란 점에서 냉철한 이성과 세련된 투자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게 이 증권사의 판단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