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輝 昌(문휘창)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중앙아시아에 있는 아제르바이잔이라는 나라의 투자유치 관련 자문을 위해 다녀오는 길에 한국까지 직항로가 없어 두바이 공항에서 잠시 머물렀다.

공항이 대단히 북적거렸다.

공항면세점에서 선물을 좀 살까 하고 두리번거리다 계산대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기다리는 것이 싫어서 포기했다.

이때가 새벽 2∼3시께다.

두바이가 복잡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현재 두바이에서는 세계 주요 도시와 비행노선이 모두 직항으로 연결돼 있다.

외국 항공사의 운항을 대폭적으로 허용해서 국제적인 허브로 성장해 왔다.

기존의 개방화 전략이 주로 문호를 개방하는 정책(open door policy)인데 두바이는 한걸음 더 나아가 하늘을 개방하는 정책(open sky policy)을 추진해 국제화의 이점(利點)을 극대화하고 있다.

각종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국가들은 싱가포르,네덜란드,덴마크 등 대부분 작은 국가들이다.

물론 독립된 국가는 아니지만 홍콩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국가들의 공통점은 먼저 천연자원이 별로 없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국제화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책학술지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와 컨설팅 회사인 A T 커니가 공동으로 연구해서 매년 발표하는 국제화 지수에서 이러한 국가들이 모두 상위를 차지하고 있어 국제화 지수와 국가경쟁력 순위가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제화 지수는 작년엔 29등이었는데,금년엔 35등으로 떨어졌다.

우리의 국제화 수준이 이렇게 낮고 더욱이 뒷걸음치고 있다면 선진국 진입이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의 발전단계를 살펴보자.첫째는 산업화 단계다.

우리 역사상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이 이 시기에 해당된다.

둘째는 민주화 단계로서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기다.

셋째는 국제화 단계인데,앞으로 국제화 대통령이 3명 연속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확실하게 세계 1등 국가가 될 것이다.

국제화가 왜 중요한가? 국제화는 '선택의 폭'을 넓혀 주기 때문에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를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다.

현재 우리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비용 저효율'이다.

여기서 '고비용'은 우리의 인건비가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서 높다는 얘기인데 우리가 국내 인건비를 중국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고 해외직접투자 등 국제화로서 해결해야 한다.

또한 '저효율' 문제를 해결한다고 자체적인 연구개발만 강조하기보다는 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선택의 폭을 넓힌다면 해결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교육이나 의료 문제도 한국에서 우물안 개구리 식으로만 해결하려 할 게 아니라 과감하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구하면서 외국의 유수한 학교나 병원을 끌어 들여야 한다.

물론 다른 문제들도 국제화를 통해서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대선(大選)을 앞에 두고 후보자들이 '경제가 우선'이라는 제1의 목표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정책인가'라는 방법론에서는 의견이 매우 다른데 '국제화'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시장경제의 원칙하에서 국제화를 가미한다면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대선주자들이 특정집단의 표를 의식해서 시장주의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거나 국제화의 흐름에 반하는 정책을 내세운다면 결국은 실패할 것이다.

국가지도자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전략적 선택의 폭을 넓혀 최선의 방법을 찾아 내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우리식의 산업화와 민주화 방식을 한걸음 더 발전시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고,국제사회에서 더욱 믿음을 받는 구성원으로서,일류국가에 이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국제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