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5시50분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 특설코트에서 열리는 '현대카드 슈퍼매치 Ⅵ 로저 페더러 vs 피트 샘프라스'는 신구 테니스 황제간 격돌은 물론 올 코트 플레이어와 서브 앤 발리의 대표적인 선수 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 전망이다.

'올 코트 플레이어'는 말 그대로 코트를 폭 넓게 사용하면서 서브, 스트로크, 발리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선수를 뜻한다.

'서브 앤 발리' 선수는 스트로크 싸움보다는 강서브를 넣고 곧바로 네트에 대시, 게임을 끝내는 속전속결형 선수다.

올 코트 플레이어가 특정 기술에 치우치지 않고 상대 선수 스타일에 따라 유연한 테크닉을 구사한다면 서브 앤 발리 선수는 그야말로 자신의 주특기인 서브를 최대한 살려 네트로 돌진한 뒤 상대가 패싱샷을 넣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기술을 중시한다.

재미있는 건 시대에 따라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테니스협회 이진수 홍보이사는 "최근에는 서브 앤 발리 선수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개인 통산 14번이나 메이저대회 단식 타이틀을 석권한 샘프라스를 필두로 존 매켄로(미국), 보리스 베커(독일), 고란 이바니세비치(크로아티아), 스테판 에드베리(스웨덴), 패트릭 라프터(호주) 등 1980~90년대를 휩쓴 스타들은 대부분 서브 앤 발리 선수들이었다.

이들은 강서브와 발리를 퍼부었을 때 공이 빠르게 튀어 수비가 어려운 잔디나 하드 코트를 선호했다.

은퇴를 앞둔 팀 헨먼(영국)과 호주의 강자 레이튼 휴이트 등도 서브 앤 발리 선수들이나 최근 윔블던 잔디코트나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 하드 코트의 지면이 바뀌어 '공이 느리게 튄다'며 불만을 토로하면서 서브 앤 발리 공격의 위력도 반감되고 있다.

휴이트는 아예 수비를 중시하는 베이스라이너로 스타일을 바꿨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최근 남녀프로테니스 상위권에 오른 선수들은 대부분 스트로크 싸움을 즐기는 올 코트 플레이어 또는 베이스라이너다.

베이스라이너는 코트 라인 뒤쪽에 주로 포진한 선수들. 페더러를 비롯해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 여자 1위 쥐스틴 에넹(벨기에)은 올 코트 플레이어, 라파엘 나달(스페인)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흑진주 자매' 비너스-서리나 윌리엄스(미국) 등이 베이스라이너에 속한다.

이진수 홍보이사는 "남자 선수 중 가장 빠른 서브를 넣는 앤디 로딕(미국)은 발리를 잘 못해 서브 앤 발리 스타일을 밀고 나가지 못한다.

그러나 서브는 물론 발리 기술도 뛰어났던 샘프라스는 분명 월등한 기량을 갖췄기에 이번 대결에서 페더러와 차이점을 드러내며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특설코트에 깔리는 카펫코트는 지난해 페더러-나달의 이벤트 게임에서 봤듯 공이 빨리 튀는 특징이 있다.

올 라운드 플레이어 페더러가 샘프라스의 서브 앤 발리 전략을 빠른 코트에서 막아낼 수 있을지 흥미가 쏠린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