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경험자 중 절반 가까이가 별거를 하면서 배우자와의 관계가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말하는 등 별거에 따른 부부관계 개선 효과가 거의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남편은 별거를 불화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아내는 이혼 여부를 결정하는 전 단계로 생각하는 등 별거에 대한 남녀의 인식 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 7월1일-8월30일 별거 경험자 208명을 대상으로 별거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해 8일 밝힌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3.3%가 '별거 후 배우자와의 관계가 나빠졌다', 48.8%는 '관계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배우자와 관계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7.9%에 그쳤다.

별거 배경에 대해서는 여성의 경우 '이혼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 단계'(40.8%)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반면, 남성은 '부부 불화에 따른 일시적 별거'(37.5%)라는 응답 1위를 차지해 차이를 보였다.

별거 이유(복수 응답)로는 '성격 차이'가 36.1%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의 폭력'(34.6%), '경제 갈등'(28.8%), '배우자의 외도'(27.4%) 등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의 경우 '성격 차이'(45.8%)를 별거 이유 1위로 꼽은 반면 여성은 '남편의 폭력'(38.6%)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별거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80.4%가 '인정해야 한다'고 답해 '인정할 필요가 없다'(19.6%)는 의견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별거를 할 때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항(복수 응답)으로는 '양육비'가 72.1%로 1위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생활비'(69.2%), '친권ㆍ양육권ㆍ면접교섭권'(51.9%), '주거관계'(45.7%) 등의 순이었다.

이밖에 별거 기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1%가 '1년 이상'이라고 답해 일단 별거를 시작하면 기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담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9일 오후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하는 '별거제도 도입을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이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를 하는 이화숙 연세대 법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별거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정책적 연구'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별거제도를 신설하면 부부의 동거 의무와 정조 의무는 면제하고 부양의무는 계속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는 별거 후 자녀양육 문제 등이 별거 당사자에게 맡겨져 있어 경제 능력이 없는 쪽은 고통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며 "별거 제도를 만든다면 법원이 부부 중 한 사람의 청구에 의해 재산 분할과 부양료 지급, 자녀양육권 등을 명해 자녀양육ㆍ경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nan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