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가제(認可制)를 둘러싸고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충돌하고 있다. 통신분야에 대해 막강한 규제권한을 행사해 왔던 정통부는 내심 이를 어떻게든 내놓으려 하지 않는 반면 공정위는 자신들의 영역을 통신쪽으로 더 넓혀보려는 목적이 강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런 의도를 떠나 경쟁촉진과 소비자의 이익, 사업자의 자율성이라는 기준에서 따져보면 공정위의 주장이 원칙적으로 더 일리있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

통신요금 인가제 문제는 망이 없는 사업자도 통신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재판매 의무화 등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나오면서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공정위는 재판매 의무화 등 도매규제를 도입하려면 요금인가제 같은 소매규제는 폐지해야 하지 않느냐는 논리를 들이댄 반면, 정통부는 재판매 활성화로 실질적인 경쟁환경이 갖춰진 연후에나 요금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서 따져 봐야 할 것은 재판매 도입 등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왜 제기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한마디로 규제 최소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요금 인하를 유도해 보자는 게 그 취지다.

이를 상기해 보면 정통부가 요금인가제에 연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재판매 활성화를 조건으로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어떤 형태로든 규제를 쥐고 있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정통부의 논리가 궁색해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정통부는 도매사업자와 재판매사업자간 계약관계나 시장점유율 등을 고시로 규제하려 들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배타적 행위를 우려해서라고 하지만 엄연히 공정거래법이 있고 보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중규제에 다를 바 없다.

이것을 보면 정통부가 과연 재판매를 활성화(活性化)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물론 통신산업은 그 특수성이 있고 그 때문에 산업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요금인가제 같은 후진적 규제에 의존하는 정책이 달라진 기술환경, 경쟁환경에서도 타당한지는 따져볼 때가 됐다.

정통부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보다 세련된 통신산업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