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 의한 착시" vs "反李 보수진영 결집"

`대쪽'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의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가 그야말로 대쪽을 쪼개는 기세다.

이처럼 이 전 총재의 `출마설'이 연말 대선정국을 뒤흔들면서 이 전 총재의 여론지지율 상승세가 거품인지, 실력인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식으로 말하면 상장폐지됐던 `이회창주'가 대선을 앞두고 무소속으로 `우회상장'해 재기를 노려보려는 형국이고, 이런 뉴스에 주가가 초단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나라당 안팎에서 `대박주-쪽박주'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李明博) 후보측은 범여권 등의 `작전세력'이 개입한 데 따른 착시현상으로 실제 출마할 경우 급전직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전 총재의 등장으로 대선지형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가디자인연구소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출마설이 본격적으로 나온 지 약 보름만에 지지율 20%를 상회하고 있는 이 전 총재의 지지기반은 당 안팎의 이른바 `반(反) 이명박 세력'이라는 데는 정치권 내에서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이들 가운데 범여권의 `역선택'을 제외한 전통적 한나라당 지지층이 궁극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현재로선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른바 `친이(親李)계'를 중심으로 한 당내 인사들은 대체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출마선언과 동시에 수직으로 내리 꽂힐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으며 `출마포기'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 `2002년 대선자금'을 문제삼으며 이 전 총재 비판의 선봉에 섰던 이방호 사무총장은 4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최근 여론지지율 추이에 언급,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이익을 보는 세력의 역선택과 이 후보에 대한 불만세력들이 잠시 뭉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막상 (이 전 총재가) 출마를 하면 지지율은 급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핵심당직자도 "연초 이 전 총재가 외부활동을 재개하면서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3~4%의 지지율에 그치자 불출마 선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것이 이 전 총재의 진짜 지지율"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만약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세력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을 것이 뻔하다"면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으나 정작 출마에 반대하는 비율이 찬성쪽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진영이 이 전 총재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며 `결집'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도 함께 나오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 검증과정을 거쳤으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 '도곡동땅 차명보유' 등의 의혹이 깨끗하게 해소되지 못하면서 이 후보를 여전히 `불안한 후보'로 여기는 한나라당 지지층이 이 전 총재쪽으로 줄을 서고 있다는 것.
썩 내키진 않았지만 `좌파정권'을 반대해 이 후보를 지지했던 이른바 `비자발적 이명박 지지자'들로, `친박(親朴.친 박근혜)표'와 맥이 닿아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측이 이 전 총재를 주저앉히기 위해 박 전 대표 달래기에 적극적인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가 지지율 20%를 가뿐히 넘어선데 이어 일부 조사에서는 25%선까지 치고 올라가는 파죽지세를 보이고 있는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이 전 총재로의 보수표 `쏠림현상'을 점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대선지형에 상당한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지역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면서 "지금으로선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본선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지만 이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다 이 전 총재가 출마하더라도 명분이 부족하고 워낙 고령이어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현재 상태로선 전망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