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부실의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다시 뒤흔들었다.

대형 은행의 서브프라임 손실이 더 늘어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면서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급락하는 등 세계증시가 충격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전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0.25%포인트)는 하루 이상 효과를 이어가지 못했으며 신용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보여줬다.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일 전날에 비해 362.14포인트(2.6%) 떨어진 13,567.87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794.83으로 2.25% 하락했으며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1,508.44로 2.64% 떨어졌다.

앞서 마감된 영국 FTSE 지수와 독일 DAX 지수도 각각 2%,1.73% 하락했다.

뉴욕증시는 이날 장 초반 지수가 2% 급락하자 프로그램 매매를 수분간 중단시켰다.

FRB도 2001년 9월 이후 가장 많은 410억달러를 지원하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다.월가의 '공포 측정기'로 알려진 Vix지수(시카고선물옵션 시장의 증시 변동성 지수)도 25% 급등,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이날 지수 급락은 캐나다 은행인 CIBC와 크레디 스위스가 미국 씨티그룹의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씨티그룹을 비롯한 은행주들이 대거 하락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CIBC는 "씨티그룹이 자산담보부증권(CDO) 등에서 발생한 부실을 해소하려면 3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며 "이 경우 배당을 줄이거나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하회'로 낮췄다.

모건 스탠리도 내년 미국의 소비침체로 서브프라임 대출시장의 위기가 신용도 높은 프라임 대출시장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시가총액 상위 대형 은행들에 대한 투자의견을 '주의' 등급으로 낮췄다.

BNP파리바의 한스 레데커는 "찬장 안에 시체들이 훨씬 많을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감춰진 부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씨티그룹 주가는 7% 하락,증시 급락을 주도했다.

JP모건체이스와 AIG도 각각 5.6%와 5.9% 하락하는 등 금융부문 주식들은 평균 5% 하락하면서 5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또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슨모빌이 예상을 밑돈 3분기 실적을 발표,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이 회사의 3분기 순이익은 총 94억10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0% 줄었다.

게다가 미국의 개인소득과 소비지출 증가율이 둔화되고 제조업 경기가 부진했다는 미 상무부의 발표가 경기부진 우려를 심화시켜 지수 급락을 부채질했다.

지난 9월 미국의 개인소득은 0.4%,소비지출은 0.3% 늘어났지만 이는 각각 지난 5월과 6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10월 제조업경기를 나타내주는 구매관리지수도 예상치를 밑도는 50.9로 떨어졌다.

반면 미 노동부가 2일 발표한 10월 고용통계에서 비 농업부문의 고용자 수는 전달 대비 16만6000명 늘어나 당초 금융시장 예상치인 8만명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동시에 발표된 10월 실업률은 4.7%로 전달과 변화가 없었다.

이에 따라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고용지표 결과가 좋게 나오면서 다우지수는 2일 개장 직후 상승했으나 곧바로 하락세로 반전돼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됐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