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에 '윈도'가 깔리듯 앞으로 각종 휴대용 단말기에 모바일 운영체제(OS)가 깔린다.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 모바일'을,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는 '심비안'을 밀고 있다.

이들에 맞서 로열티 부담이 없는 '모바일 리눅스'를 지지하는 사업자들도 있다.

바로 이 진영에 한글과컴퓨터가 뛰어들었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최근 대만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인텔과 계약을 맺고 인텔의 '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MID)에 들어가는 모바일 OS를 공급키로 했다.

MID는 인텔이 제시한 차세대 모바일 기기 프로토타입이다.

MID 프로젝트에 참여한 단말기 제조사들은 이 프로토타입에 한컴 모바일 OS를 탑재해 내년 6월께 상용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인텔의 MID 프로젝트에는 세계 25개 단말기 제조업체가 참가했다.

이 중에는 하두리 등 한국 기업 11개도 포함됐다.

인텔 MID는 인터넷,내비게이션,MP3,인터넷전화(VoIP) 등이 모두 가능한 차세대 휴대용 컴퓨터다.

여기에 탑재할 한컴 리눅스 이름은 '미디눅스'로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4개국이 공동으로 개발한 리눅스 제품 '아시아눅스'의 모바일 버전이다.

공개 소프트웨어인 리눅스는 윈도와 달리 프로그램 설계도가 공개돼 있어 일정 조건만 갖추면 누구든지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물론 로열티 부담이 없다.

따라서 윈도모바일이나 심비안에 비해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

게다가 공개 소프트웨어라서 확장성도 좋다.

한컴은 현재 MID 시제품에 미디눅스를 탑재해 시험하고 있다.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만 남았다.

인텔은 MID 초기 모델에서는 윈도모바일과 리눅스를 반반씩 채택해 경쟁시킨다는 입장이나 차세대 칩인 '무어스타운'부터는 리눅스 비중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한컴은 MID 프로젝트 참여를 계기로 리눅스 사업 전략을 변경했다.

리눅스 사업의 중심을 서버와 데스크톱에서 모바일 리눅스로 옮기기로 했다.

한컴 리눅스사업본부 조광제 상무는 "서버에 집중돼 있는 리눅스 OS가 소비자를 직접 파고들면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차세대 모바일 기기에서는 반드시 MS의 독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컴의 지난해 매출 432억원에서 리눅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2%인 96억원.이 가운데 99%가 서버 부문 매출이고 MS 윈도가 독점하는 데스크톱 부문 매출은 거의 전무했다.

게다가 서버용 리눅스 사업은 시스템의 일부로 들어가는 형태라서 이익이 별로 남지 않는다.

반면 소비자용 단말기에 직접 탑재되는 모바일PC OS 사업은 다르다는 게 한컴의 계산이다.

한편 인텔의 MID에는 한컴의 '씽크프리' 오피스도 탑재된다.

씽크프리는 PC에서 사용하는 MS 오피스와 완벽하게 호환이 될 뿐 아니라 윈도,리눅스,매킨토시 등 다양한 OS에서 문제 없이 작동한다.

따라서 인텔의 MID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한컴은 모바일 리눅스는 물론 씽크프리 오피스까지 세계 시장에 널리 보급할 수 있게 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