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조희길씨(46)가 첫 시집 '나무는 뿌리만큼 자란다'(도서출판 천우)를 출간했다.

시인은 대기업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잔뼈가 굵었다.

이번 시집에는 치열하게 살아온 직장인으로서의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시인은 직장에서의 지위나 자신의 재산도 답답한 사무실에 갇혀있는 자신을 구해주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풀 자라는 흙땅이라고는 단 한 평도 없는 25층 건물에 12층의 공중에 떠서 살며,전용 면적이 몇 평이다,재산세가 얼마다,술 취하면 나도 중산층이다 자위하던 웃지 못할 씁쓸함.'('이사' 중)

하지만 메마른 생활 속에서도 그를 지탱하게 하는 것은 삶에 대한 긍정이다.

서울이라는 거대도시 자체는 거부하지만 다른 한편 그 안에서 가족들과 따뜻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늦은 밤 소주를 마시고/ 사랑하는 아이 둘,/ 너희들의 가슴을 비집고 들어가는 연습/ 암팡진 겨울은 시작되었지만/ 춘삼월 눈부신 신작로를 생각하며/ 그래,아직은 꿈꾸어도 좋을 때.'('겨울 서곡' 중)

시인은 "같은 시대를 살아 온 중년 남성들에게 삶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