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인적자원의 가장 큰 수요자다.

미래 성장을 위해선 우수한 인재를 뽑고 재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세계 모든 기업들은 인식을 같이한다.

하지만 '개별 인적자원의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에 직면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개인의 성과가 반드시 기업의 성장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과 좋은 성과를 내고도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이직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들은 인적자원 성과 측정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글로벌HR포럼 마지막날인 25일 네 번째 기업섹션에서는 '비즈니스 자산으로서의 인적자본에 대한 ROI(투자수익률)'를 주제로 세계적인 회계법인 PwC의 마크 우드하우스 디렉터,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전문기업인 SAS연구소의 돈 쿠퍼 윌리엄스 부사장,이승철 KT 인사전략담당 상무가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해리 앤토니 패트리노스 세계은행 교육경제팀장이 좌장을 맡고 김광호 삼일회계법인 상무가 토론자로 나섰다.

세션 참석자들은 "인적자원이 단순한 인력과 노동력이란 측면을 넘어 기업의 미래 비전을 달성할 키워드가 되고 있다"며 "개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대한 정밀한 측정만이 기업 인적자원 관리의 미래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적자원도 수익성의 잣대로 봐야"

우드하우스 PwC 디렉터는 "인적자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지만,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은 겉으로 보이는 현금흐름과 고정자산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며 "특히 인적자원에 대해선 인풋(비용)에만 관심이 있을 뿐 아웃풋(성과)에 대해선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에서 인적자원 관리에 투입되는 비용은 전체의 20% 이상에 달하지만 수익성을 체크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미 미국과 유럽의 상당수 국가에서는 기업들에 재무제표와 더불어 인적자원의 성과지표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기업의 미래 전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적자원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떻게 성과를 측정할 것인가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인적자원에도 ROI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반적인 제조업종에서 투하자본 대비 수익률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듯이 적절한 분석 틀만 갖춘다면 인적자원의 수익률은 물론 수익성을 낮추는 문제점도 발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과데이터가 전략 수립의 기본"

그렇다면 인적자원의 성과 측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윌리엄스 부사장은 이와 관련,"철저한 데이터 관리와 전략-마케팅-인적자원을 총괄하는 연계형 분석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회사에서 아직도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것과 회사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별개로 생각하고 있다"며 "특히 각종 첨단 시스템을 통해 인적자원에 대한 데이터의 총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을 갖춘 곳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부사장은 이 같은 문제의 핵심 원인은 잘못된 성과 분석 틀을 갖췄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매년 기업들은 인적자원의 데이터 관리에 400억달러가량을 투입하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 CEO는 이 같은 데이터가 의사 결정을 하기에는 너무 늦게 도출되고 신빙성도 없다고 불평한다"며 "뛰어난 인적자원 데이터는 기업의 미래전략을 수립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지적했다.


◆"개인의 성과를 조직의 성공으로 이끌어야"

인적자원 성과 측정의 중요성과 함께 이날 세션에서는 '어떻게 개별 인적자원의 성과를 기업의 성장과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승철 KT 상무는 "전통적으로 기업의 인적자원 관리 시스템은 사람 중심의 일본식 시스템과 성과 중심의 북미식 시스템이 있다"며 "과거 국내 기업들은 일본식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최근엔 북미식 성과주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인적자원에 대한 성과주의 평가는 조직 내 개개인 간 지나친 경쟁과 과도한 이직 현상을 불러왔다"며 "개인의 성과가 집단의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팀 단위의 협업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