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보고서..軍역할 점진축소, 민간활동 강화해야

자이툰부대의 파병연장이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범정부 차원의 자이툰부대 성과평가단은 자이툰부대가 파병목적과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전면철수나 대폭 감축시 그동안의 파병성과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달 초 이라크 현지를 다녀온 성과평가단은 또 이라크 치안상황이 안정되면 파병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발판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확대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내용은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입수해 25일 연합뉴스에 공개한 자이툰부대 성과평가단의 활동보고를 통해 드러났다.

평가단은 보고서에서 자이툰부대가 2004년 9월 아르빌 지역에 전개한 이후 활발한 민사작전과 치안유지활동 등을 통해 파병목적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영내에 있는 자이툰병원과 현지 주민들에게 중장비운전, 컴퓨터 과정 등 각종 기술을 전수하는 기술교육대는 주민들의 평판이 매우 높고 지역발전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자이툰병원은 그동안 현지인 7만여명을 진료했으며 순회진료도 102회 실시했다.

기술교육대는 총 11기에 걸쳐 현지주민 1천645명이 수료했고 이들의 취업률은 78%를 기록했다.

평가단은 쿠르드지방정부(KRG)가 지역안정 및 경제발전에 대한 자이툰부대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아르빌 지역의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재건지원 활동이 상당기간 지속돼야 한다는 현지 요구가 높은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라크 치안상황이 안정되면 막대한 규모의 경제재건 사업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파병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발판으로 우리 기업의 진출확대를 도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치안정이나 치안상황, 재정능력 등 투자환경이 아직 미흡한 점을 감안해 당분간 `자이툰 효과'의 심화를 통해 기업진출 기반 조성에 주력하고 본격적인 진출은 중.장기적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자치정부(KRG) 총리는 평가단과의 면담에서 장차 이라크는 큰 시장이 될 것임을 강조하며 한국이 쿠르드 지역을 발판으로 이라크 시장에 대한 진출을 본격화 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오마르 파타 KRG 부총리도 한국기업에는 우선순위를 부여해 지원할 것임을 강조했다고 평가단은 밝혔다.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은 정부가 올 초 쿠르드지역에 대한 기업진출을 허용한 이후 `자이툰 효과'로 각종 교류, 협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KRG 정부와 쿠르드지역 주민들도 자이툰부대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한편, 계속 주둔을 적극 요청하고 있으며 "단순한 주둔군이 아닌 지역공동체의 일원이 됐다"(바르자니 총리 및 하디 아르빌 주지사), "친구가 아닌 가족이다"(KRG 교육부 국장)라는 등의 언급을 하고 있다고 평가단은 전했다.

또 이라크에는 지난 10월 현재 동맹국으로 27개국 17만 8천 명의 병력이 활동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의 병력 증파 또는 감축 동향에도 불구하고 폴란드, 호주 등 대다수 국가들이 철수를 유보하고 있다고 평가단은 밝혔다.

그루지야가 지난 8월 2개 대대를 증파했고 호주도 70명의 훈련지원단을 추가 파견했으며 통가도 지난 9월 해병 56명을 재파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월 라트비아가 1개 중대를, 덴마크는 8월 250여 명을 철수했고 엘살바도르는 병역의 30%를 감축하기로 했다.

평가단은 특히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 주둔 병력의 일부를 감축할 계획이지만 여타 동맹국들은 당분간 감축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미국은 올해 초 증파된 3만 명을 내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철수, 13만 명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영국은 올해 12월까지 1천 명을 감축하고 내년 봄까지 지난 9월 현재 5천500명 수준의 병력을 2천500명 수준으로 유지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평가단은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자이툰부대 역할의 점진적 축소와 국제협력단(KOICA) 등 민간부문의 활동의 단계적 확대를 통한 민간차원 경제협력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무조정실 국장급을 단장으로 하고 총리비서실, 국방부, 합참, 외교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국회 측 인사(대통합민주신당 1명, 한나라당 1명) 등으로 구성된 성과평가단은 지난 4일부터 엿새 일정으로 이라크 아르빌을 방문, 현지 부대와 KRG 정부 관계자, 현지 주요 인사 등을 면담했다.

맹형규 의원은 "파병연장은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국익을 우선할 명분은 없다.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져 이용되거나 변질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우리 장병들의 안전보장을 위해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