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면서 유가 100달러 시대가 현실로 다가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인 18일정규거래 마감 후 전자거래에서 배럴 당 90.02달러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90달러를 넘어선데 이어 이날도 개장 전 전자거래에서도 한때 사상 최고치인 배럴 당 90.07달러까지 상승했다가 정규거래가 시작된 이후에는 하락세로 돌아서 오전 10시40분 현재는 전날보다 1.04달러 내린 배럴당 88.4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가 비록 시간외 거래에서지만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면서 유가의 급등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WTI가 사상 최초로 배럴당 80달러 선을 돌파한 이후 불과 1개월여만에 90달러의 벽까지도 넘어섰기 때문이다.

◇ 수급 불안 우려와 달러화 가치 하락 = 유가의 강세는 기본적으로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이 잠재적인 상황에서 겨울철 상수기를 앞두고 북부 이라크의 쿠르드 반군 소탕을 위한 터키의 군사작전 위협, 미 달러화 가치의 추락 등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 의회는 지난 17일 쿠르드 반군 소탕을 위한 이라크 북부지역에서의 군사작전 수행을 허가해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승인, 세계 3대 유전지대인 이곳이 '화약고'가 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쿠르드지역에서 터키로 향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 수송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거의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이를 재개하는 노력이 진행돼왔고 이런 점에서 최근의 유가 상승은 실제 이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 공급에 얼마나 차질이 빚어지느냐 보다는 중동지역 정정 불안의 위협에 과도하게 반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로화에 대한 미 달러화의 가치는 미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와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 등으로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면서 투자 매력이 커진 원유 등 상품 투자에 자금을 몰리게 해 유가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달러화는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장중에 유로당 1.4310달러에 달해 1.43달러 선을 처음 넘어선데 이어 이날도 1.4319달러까지 가치가 추락했다 오전 10시 현재는 전날보다 유로당 0.026달러 내린 1.4263달러에 거래돼 가치 추락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유 등 대부분의 상품이 달러화로 가치가 매겨지고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는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들에게는 원유가 상대적으로 싸지는 셈이 돼 투기 자금이 몰리게 된다.

WTI는 올해 들어 미 달러화로는 46% 올랐지만 유로화로 환산하면 35%, 영국 파운드화로는 40%, 일본 엔화로는 42% 오르는데 그쳤다.

◇ 유가 100달러 시대 전망 엇갈려 = 원유 시장을 둘러싼 이 같은 상황은 유가가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것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가치 하락과 중동지역 불안, 빡빡한 수급상황,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유가 상승세를 불러오는 것으로 보고 이런 요인이 지속될 경우 유가 100달러 시대가 닥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고 투기자금이 계속 몰릴 경우 유가는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유가 100달러 시대도 멀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로퍼시픽 캐피털증권 다리엔의 피터 쉬프 최고경영자는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90달러에 이르고 내년에는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면서 달러화 약세로 향후 2~3년 뒤에는 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에 달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일부 산유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유가가 100달러는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걸프지역 자원 부국인 카타르의 압둘라 빈 하마드 알-아티야 석유장관은 최근 알-자지라 방송에 출연, "1972년부터 이어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제적이고 공정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는 넘어야 한다"며 "달러 약세 등도 유가가 더 올라야 하는 정당한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유가가 투기적 수요에 의해 과도하게 오른데다 거의 계절적으로 정점에 달해 곧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알라론 트레이딩 그룹의 애널리스트인 필 플린은 지금 같은 강세장에서 어디가 정점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거의 정점에 근접했다고 할 수 있다면서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차익 매물이 나오면서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은 최근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