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말아먹는 놈.""월급 도둑놈."

일본 시즈오카현의 한 제약회사 영업사원 A씨(35)는 직속 상사 B계장으로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이런 소리를 들었다.

영업실적이 안좋다는 이유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다.

A씨는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부인과 어린 두 자녀를 남긴 채 자살했다.

그는 유서에 "(상사의 폭언을 듣고)나의 결점만 생각하게 돼 내가 정말 싫어졌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적었다.

2003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본의 한 회사원 이야기다.

도쿄지방법원은 최근 이 자살이 상사의 폭언에서 비롯된 산업재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A씨 부인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에서 직장상사의 폭언에 따른 자살을 산재로 인정한 첫 사례다.

일본에선 '파워 하라'란 말이 쓰이고 있다.

직장 상사가 폭언 등으로 부하를 괴롭히는 것을 성희롱을 뜻하는 '섹슈얼 허래스먼트'에 빗댄 말이다.

'파워 허래스먼트(power harassment)'를 줄여 '파워 하라'라고 부른다.

그만큼 직장내 상사의 횡포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상사의 폭언은 부하의 인격뿐 아니라 회사 조직을 파괴하는 행위다.

조직행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버트 서튼 스탠퍼드대 교수는 상사로부터 폭언을 들으면 생산성 저하,업무집중 장애,무기력증 등에 시달리고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만 봐도 비슷한 증상을 겪는다고 밝혔다.

그는 폭언을 일삼는 악질 상사 한 명으로 인한 회사 손실이 연간 16만달러(약 1억5000만원)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선진 기업들은 악질 상사 퇴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구글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악질 금지조항(No Asshole Rule)'이란 걸 만들어 이를 어기면 인사상 불이익을 준다.

습관적으로 악질 행동을 하면 즉각 해고다.

일본의 시미즈건설 등도 전 사원을 대상으로 '직장내 인권'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자기 딴엔 회사를 위해,부하를 위해서라지만 지나친 폭언은 부하도 회사도 망치는 결과를 낳는다.

한국의 직장 상사들이여,부하에게 폭언만은 삼가시길….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