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과열우려에 코스피 겁먹었나 … 지수 8일만에 2000 무너져

국내 증시가 17일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코스피지수는 거래일 기준 8일 만에 2000선 밑으로 떨어졌다.

미 다우지수가 14,000선이 무너진 후 이틀째 내린 데다 수급 공백이 겹치면서 조정을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또 유가의 사상 최고치 경신과 중국 관련주의 급락도 낙폭을 키운 요인이다.

장중에는 20일 지수이동평균선마저 밑돌며 조정폭이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하지만 지난 7~8월과 같은 조정은 없을 것이며 상승 추세 자체를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 수혜로 급등세를 탄 일부 업종은 조정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중국 관련주 급락

이날 그동안 상승을 이끈 주도주들이 맥없이 나가떨어졌다.중국 관련주로 꼽히는 철강금속 기계 운수장비 업종이 급락했다.

외국인의 집중 매물을 받은 포스코는 7.47% 하락했으며 두산중공업도 6.15% 떨어졌다.

외국인은 4511억원어치를 팔며 하락을 부추겼다.증시 시한폭탄이었던 프로그램 매물도 2095억원이나 쏟아지며 낙폭을 키웠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중 자금이 중국 펀드로 몰리면서 국내 기관들이 외국인과 프로그램 매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증시의 단기 과열에 대한 잠재적 공포가 있는 상태에서 중국 관련주가 급락했다"며 "중국은 날씨만 추워졌는데 우리는 몸살을 앓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그동안 조정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됐다.지수는 뛰었으나 오르는 종목보다 내리는 종목이 많아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된 상태였다.또 홍콩 H주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의 60일 이격도(지수와 60일선 간 차이)가 크게 벌어지면서 단기 조정 우려도 적지 않았다.

◆"7~8월 조정과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7월에는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신용 경색이라는 돌발 악재가 있었지만 지금은 특별한 악재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유가 상승이나 외국인 매도 강화 등이 부담이지만 기조 자체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서 센터장은 "지난 7월 급락에 대한 경험이 이날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며 "상승 추세를 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장 막판 코스피지수는 뒷심을 발휘하며 20일 이동평균선(1967) 위에서 마감했다.문 센터장도 "20일선이 일시적으로 깨지긴 했으나 추가 하락해도 1900선 밑으로 내려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8월 이후 20% 이상 급등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숨고르기"로 해석했다.지기호 동부증권 연구위원은 "코스피지수는 이달 말까지 조정 내지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1940~1950 수준에서 지지선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 관련주는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자동차나 정보기술(IT) 경기소비재는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지만 중국 관련주는 조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