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005940]이 빠르면 연내 싱가포르 현지법인을 설립키로 한 것을 비롯, 미래에셋증권[037620], 한화증권[003530], 굿모닝신한증권, 동양종금증권[003470], 한국투자증권 등이 유럽,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에 합작법인, 현지사무소 등의 형태로 해외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10년 전 환란 이후 외국 거대 금융기관들에게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며 축적한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성장성이 높은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하겠다는 각오다.

◆중국.동남아시아 시장이 주요 공략 대상 = 우리투자증권은 빠르면 연내 5천만달러를 투자해 싱가포르 현지법인을 설립키로 하고 정자연 상무를 현지법인 대표로 내정, 현지로 파견한다.

우리증권은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자기자본 투자와 국내 금융상품판매, 현지 브로커리지 영업 등 증권사 기본 영역에서 출발한 뒤 업무 범위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이달초 홍콩현지법인을 설립했으며 조만간 개점식을 갖고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굿모닝은 국내 법인선물옵션계의 1인자 김성수 법인장을 앞세워 홍콩내 투자가들의 국내투자 기회제공, 해외 투자은행(IB)업무 개척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중국 상하이에 사무소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은 작년 미국 뉴욕과 베트남, 캄보디아에 현지 사무소를 설립한데 이어 조만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현지사무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9월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를 연데 이어 베트남 현지 합작증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홍콩과 베트남에 이어 영국 런던에 현지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본격적인 투자은행(IB) 입지 굳힌다 = 증권사들은 해외진출을 통해 과거 해외사무소에서 해외 투자가들의 국내주식업무를 대행해주던 단순한 업무를 넘어 명실공히 글로벌 IB로 입지를 굳힌다는 방침이다.

특히 증권사들이 집중 공략대상으로 삼은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은 고성장이 기대되는 나라들이어서 미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우리증권 정자연 상무는 "IB로서 할일은 영역을 규정짓기 힘들 정도로 많다"면서 "현지 시장상황을 봐가며 기본적인 증권업무로부터 기업공개, 인수합병(M&A) 등으로 업무를 넓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동양증권은 현지사무소들과 필리핀에서 은행업을 하는 자회사 TYSB를 연계해 향후 신흥아시아시장 의 투자벨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베트남 4대 자산운용사인 PXP와 제휴해 국영기업 민영화 대상 주식에 투자하는 공모펀드인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증권투자신탁'을 선보여 1천455억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은 홍콩과 베트남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금융사들이 몰려있는 런던에 진출키로 결정,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금융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런던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 3월 런던에 설립한 자산운용사 현지법인과 연계해 업무시너지를 높일 계획이다.

한화증권은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카자흐스탄 현지법인을 설립, 현지 유가증권 매입과 자원개발, 부동산개발, 인프라 투자, 기업공개(IPO)업무를 계획하고 있으며 같은 달 설립한 영국 사무소를 통해서는 해외건설, 사모펀드, 자산운용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증권은 2003년 설립한 대표사무소를 포함해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금융실크로드'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