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고민에 빠졌다.

코스피지수 2,000선 재돌파 이후 상승 탄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 가운데 강하게 오르지도 크게 내리지도 못하는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지수 2,000선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과 가격 부담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둔화되면서 상승장의 '주포' 역할을 해온 기관의 매수 강도가 약화되고 있는 데다, 일부 업종과 종목에 집중된 매기가 주변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주가지수는 올라도 상승종목보다 오히려 하락종목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주는 미국과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까지 맞물려 있어 증시의 방향 설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가 가격 부담을 해소할 만한 뚜렷한 모멘텀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글로벌 증시 강세의 배경이 되고 있는 미국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 있는 데다 어닝시즌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아 제한적인 등락을 보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15일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 말 미국 등 해외 증시의 반등에도 불구하고 상승 출발 후 약세로 돌아서 오후 1시30분 현재 3.16포인트(0.16%) 내린 2,023.28을 기록 중이며 코스닥지수는 7.11포인트(0.89%) 오른 813.86을 나타내고 있다.

◇美 경제지표 영향은 =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경제 지표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17일 나오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미국의 9월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져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근 추세로 볼 때 큰 변동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같은 날 발표되는 미국의 9월 주택착공건수와 건설허가건수 등 주택경기 지표나 18일 나올 9월 경기선행지수는 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금리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내년 미국 경제 성장이 겨우 2%를 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FRB가 한번 설정한 통화정책(금리인하) 방향에 변화가 생기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주 미 경제지표로 인한 국내 증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펀드 환매 지속되나 = 최근 가시화되고 있는 펀드 환매가 지속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 달 하루만 빼고 증가세를 이어온 국내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이달 들어선 순증과 순감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주까지 증시가 열린 8일 동안 나흘은 하루 58억∼1천485억원 순감했고 나머지 나흘은 271억∼1천574억원 순증했던 것.
국내 주식형펀드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이처럼 들쭉날쭉 하는 것은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자 일부 펀드 투자자들이 이익실현 차원에서 펀드 환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펀드 환매는 기관, 특히 투신권의 매수 강도 약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그 같은 위험이 아직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인구 대우증권 연구원은 "10월 들어 주가 상승에 따른 펀드 환매가 이어지면서 투신권의 유동성 비중이 낮아지는 상황이지만 환매 금액이 여전히 하루평균 500억원 미만이고 9월 말 이후 연기금의 순매수와 외국인 순매수 전환 가능성, 개인의 신용잔고 확대를 감안할 때 투신권의 수급 공백을 메우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상승종목<하락종목 =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 이후 지수는 올라도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을 웃도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일부 업종.종목에 국한된 매기가 주변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승종목과 하락종목 수의 차이를 누적한 ADL지표는 올 초를 기준으로 했을 때 9월3일 2,918로 고점을 형성한 뒤 코스피지수가 2,000선 돌파 이후 신고가 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도 하락 추세를 지속, 이날 현재 1,14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증시가 진정한 강세장으로 가려면 매기가 전 업종, 전 종목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수반돼야 하는 데, 최근 ADL지표는 증시가 추가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하락 조정보다는 숨고르기를 암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2,000선 재돌파 이후 가격부담 = 펀드 환매나 매기 축소는 코스피지수 2,000선 돌파 이후 확산되고 있는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부담과 가격 부담이 주된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당분간 이 같은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과정을 거칠 것이란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주말 미국 증시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상승 출발 후 밀리는 것을 볼 때 2,000선 돌파 후 고점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지만 기업 실적 개선에 기대감이 유지되고 있어 상승 탄력은 둔화되겠지만 상승 추세는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가격 부담으로 인한 차익성 매물과 미국 경제 지표와 관련된 불확실성으로 증시가 주춤거릴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서브프라임 등 우려했던 매크로(거시경제) 변수들이 개선되고 어닝시즌 기업들의 실적 호전 소식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000선을 지지선으로 한 박스권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주형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이익 개선보다 빠른 주가 상승 속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이익실현 욕구로 인한 자금 순유출, 상승 종목보다 많은 하락 종목 수 등 3가지 현상을 고려할 때 증시의 상승 탄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속도조절을 염두에 둔 시장 접근이 적절해 보인다"고 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