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 경호업체 블랙워터USA의 이라크인 대량 살상 사건의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라크 여성 2명이 외국 경호업체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주요 외신이 9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바그다드 중심부 카르라다 지역의 교차로에서 외국 경호업체의 발포로 이라크 여성 2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알리 알-다바그 이라크 정부 대변인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있었고 이라크 여성 2명이 죽었다"며 "정부는 이 사건을 저지른 경호업체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 내무부도 이날 발포한 장본인이 탔던 경호 차량이 외국 민간 경호업체가 흔히 이용하는 차량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발포를 한 경호업체가 어느 곳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블랙워터USA 사건으로 곤혹스러운 처지인 미 국무부는 사건 발발 직후 즉시 미국 외교관을 경호하던 차량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 대사관은 미 비정부기구(NGO)와 계약한 경호업체일 수 있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또 블랙워터USA 측도 이날 총격 사건에는 자신들이 연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블랙워터USA 총기 난사 사건으로 민간 경호업체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따가운 상황에서 이번에도 미 경호업체가 연관된 것으로 밝혀진다면 민간 경호업체에 대한 불만은 반미 정서로까지 증폭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의 이라크 경찰에 따르면 경찰 조사반은 현장에서 나토군 전부와 일부 이라크 정보기관이 사용하는 5.56 구경 탄피를 수거했다.

현장 부근에서 사건을 목격한 한 경찰은 희생된 여성이 탄 차가 경호차량과 1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카르라다의 교차로에 진입할 때 경호차량 탑승자가 이 여성의 차를 향해 멈추라는 신호로 연막탄을 던졌다고 말했다.

이 여성이 차를 멈추려고 하는 순간 경호차량에서 발포, 조수석에 탄 다른 여성과 함께 사살됐고 이 경호차량은 현장에서 도주했다.

이 사건의 목격자인 한 가게 주인은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민간인 차 4대를 호위하며 달리던 경호원들이 다른 차를 운전하던 여성에게 길가에 차를 세우라는 신호를 보냈는데 이 여성이 이를 무시하자 발포했다"고 말했다.

이 목격자는 "이 발포로 운전석과 조수석의 여성이 머리에 총을 맞아 숨졌다"며 "뒷자리엔 어린이 2명도 타고 있었는데 이들은 다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앞서 이라크 정부는 8일 이라크에서 영업 중인 민간 경호업체의 활동을 엄격히 관리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하루 만에 또 바그다드 한복판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이라크 정부의 방침이 무색해 졌다.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