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美 貞 < 이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ahn@eruum.com >

어릴 적부터 내 꿈과 동경의 대상은 퀴리 부인이었다.

여성으로서 그 당시의 엄청난 차별과 장벽,그리고 가난과 무관심을 넘어 자신의 연구에 평생 헌신했던 퀴리 부인의 열정은 내 삶의 지표이자 힘이 돼 왔다.

퀴리 부인의 또 다른 경이로운 점은 그 가족의 노벨상 경력이다.

퀴리 부인은 방사능 원소인 라듐을 최초로 발견해 1903년 남편과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고,남편과 사별 후에도 꿋꿋하게 연구를 계속해 1911년 또 다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그 딸인 이렌 퀴리도 유명한 물리학자가 돼 1935년 남편과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받았다.

한 나라가 하나도 받기 어려운 노벨상을 한 가족이 세 번이나 수상한 것이다.

노벨상은 A B 노벨이 자신의 유산 3100만크로네를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에 기부해 인류복지에 가장 구체적으로 공헌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도록 한 유언에 따라 제정됐다.

매년 물리 화학 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6개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되고,수상자뿐 아니라 수상자의 국가도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게 된다.

간혹 매우 이례적인 인물이 수상자로 선정돼 그 권위에 대한 논란도 있으나 그것은 노벨상 자체가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노벨상은 아무나 받을 수 없는 상임이 확실하지만,동시에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상이기도 한 것이다.

그간의 수상자 이력과 전기를 읽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노벨상은 퀴리 부인처럼 자신의 연구나 저작에 자부심을 가지고 오랜 기간 일관성 있게 몰두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지,그것만을 목표로 하는 특정 노력의 결과로 얻을 수 있는 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개인이 한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동안 그 내용과 색깔이 다양해지고 창조적인 작업들이 가능하게 돼 그 열정이 꽃 피는 가운데 노벨상이 다가오는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 주위에 노벨상 지상주의에 따르는 이상현상이 눈에 띈다.

어떤 학교들은 졸업생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고대하며 여러 개의 흉상 봉헌대를 미리 설치해 놓았다.

또한 최근 국가 과학기술정책이 세계적 연구 성과만 기대하는 대형집단과제 위주이다 보니,일부 과학자들은 자신과 관련이 없는 세계의 연구 트렌드를 좇아 분주히 옮겨 다니느라 본인만의 연구 색깔을 잃곤 한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세계적인 관심이 스웨덴의 발표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명 시인이 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라는 기쁘고 흐뭇한 소식도 들려온다.

그러나 한편으로 노벨상의 3개 분야가 과학기술 분야인 것을 감안하면 마음이 안타깝기도 하다.

변변한 학위도 없던 일본 시마즈제작소 기술자가 2002년 일본에 노벨화학상을 안겨 주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