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반발속 조건부 수용 가능성
孫 "경선 안될 수도"..李 "소송도 검토"

경선 잠정중단 사태를 빚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오는 14일 남은 8개 지역 경선을 한번에 실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손학규(孫鶴圭) 정동영(鄭東泳) 이해찬(李海瓚) 세 후보가 지도부 방침을 수용하는 지 여부에 따라 경선 파행이 봉합되느냐, 아니면 파국으로 치닫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됐다.

신당 지도부는 지난 3일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국민경선위원회를 잇따라 열어 오는 6, 7일과 13, 14일 예정됐던 지역순회 경선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14일 한꺼번에 지역경선을 실시한 뒤 15일 대통령후보자 지명대회에서 동시에 개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오전 현재 10만7천여명이 신청한 모바일(휴대전화) 투표 역시 14일 동시에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고 여론조사도 당초 예정대로 경선 마지막 주에 실시될 전망이다.

각 후보 진영은 이날 중 지도부 중재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져 신당 경선의 향방은 어느 쪽으로든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경선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 후보측은 "경기 중간에 룰을 바꾸자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판을 깰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캠프내에서는 네거티브 방지 및 경선결과 승복 선언 등 확고한 약속과 합의를 전제로 수용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 후보측 노웅래 대변인은 "판을 깰 수는 없지만 저쪽에서 더이상 트집잡기나 경선 흠집내기를 하지 않기로 당 지도부에 확실한 다짐을 받아놓아야 한다"며 "네거티브 선거전을 하지 않고 공정경쟁하겠다는 서약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캠프의 김현미 대변인은 "정동영 후보에 대한 계획적인 `이지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손, 이 후보와 계속 경선을 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저쪽에서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않기로 작심을 한 것이라면 우리가 지도부의 중재안을 수용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냐"고 반문했고, 다른 캠프 관계자는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하자는 얘기도 있다"며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정 후보는 이날 아침 일찍 행선지를 알리지 않은 채 지방방문 일정에 나섰고 정 후보 캠프는 오전 중 긴급회의를 통해 수용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손, 이 후보측은 경선일정 변경 요구가 유불리와는 무관하며 불법.부정 요소를 제거, 경선을 정상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선거인단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손 후보측 전병헌 의원은 "결코 특정후보의 유불리 문제가 아니라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이고, 한국정치가 진보할 것이냐 퇴보할 것이냐의 문제"라며 "남은 일정 동안 불법과 부정 등 구태정치적 요소들을 제거해낼 수 있느냐에 신당의 성패가 달려있으며 불법.부정적 요소가 제거되지 않은 채 14일을 맞으면 기본적으로 경선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후보는 이날 당 지도부의 결정에 대한 성명을 낸 뒤 오후 경기지역 등 지방 방문 일정을 소화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측 윤호중 의원은 "대통령 이름마저 훔쳐 선거인단에 등록한 범죄행위가 발생했는데 이런 불법 선거인단을 그대로 놔두고 경선을 치르면 불법 경선이 되는 것"이라며 "전수조사를 해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등록된 선거인단 전원을 전부 제외하든가 그게 불가능하다면 불법의 소지를 안고 등록된 선거인단 전원을 등록무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경선에 불참하지는 않겠지만 불법을 싸안고 경선을 치른다는 것은 공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인 만큼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경선 파행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전수조사 요구와 관련, 오충일 대표는 전날 `국민경선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취지를 받아들여 무더기 부정대리 접수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경선위 핵심 관계자는 "110만명이나 되는 선거인단을 언제 다 전수조사하느냐"며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정균환 최고위원은 "특정후보측 요구의 수용 여부를 떠나 지도부는 끝까지 공정한 경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보 회동도 못할 바 없는데 아직 앙금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으니 시점을 찾아보겠다"고 말해 적절한 시점에 후보 3자 회동을 주선할 뜻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은 이날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오찬 간담회를 갖고 경선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