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방치해온 접경지역 개발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너무도 많다.

개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중앙정부만이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자체 간 의견 차이도 심각한 장애물이다.

막대한 개발비용 문제도 큰 부담이다. 규제의 틈을 비집고 임의로 들어서는 영세업체들로 인한 난(亂)개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달 경기 북부지역 상공인들은 의정부 경기도2청사에서 '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문을 발표했다.
[접경지 '족쇄' 풀때 됐다] 접경지 개발 '첩첩산중'
이 법은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반환되는 미군 공여지에 산업단지와 대학 등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상공인들은 그러나 "이 법을 적용하더라도 수도권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산업단지와 대학 유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특례조항 등을 둬 개별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의 입장은 이들과 다르다.

접경지 개발을 명분으로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강원도를 포함한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원도는 이번 정기국회에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의견을 공식 제출할 계획이다. 두 광역 지자체가 현저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내 기초 지자체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경기 북부는 미군 반환지 중심으로 우선적인 완화를 요구하는 반면 여주 이천 양평 등 경기 동부의 한강수계지역은 수도권 상수원 보호 차원에서 개발 제한이라는 희생을 당해온 만큼 경기 북부와 똑같이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은 접경지 개발의 또다른 난관이다.

경기도는 반환 공여지 개발을 통해 접경지 발전을 가속화할 방침이지만 중앙정부의 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경기 강원 인천 등 전국 13개 시·도에서 받은 미군 공여지 1단계 발전종합계획안의 사업비는 모두 64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민자와 지방예산을 포함해 15조원을 조달키로 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중앙정부에 손을 벌릴 계획인데 지원이 될지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최근 경기도가 접경지 지원을 위한 '안보세' 신설을 정부에 건의키로 해 주목받고 있다.

연천군 등 경기 북부 지자체는 50년 넘게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군부대 주둔 등으로 피해를 받은 만큼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 지원을 위한 물이용부담금처럼 접경지역 지원을 위한 세금도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난개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 주변지역의 택지 개발로 밀려난 영세 섬유 및 가구 업체들이 땅값이 싼 접경지역 축사 등을 변칙적으로 공장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각 지자체들이 민자 유치가 쉬운 골프장·리조트 등 관광레저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고창수 경기북부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획일적 수도권 규제로 인해 산업단지 조성조차 막고 있다 보니 축사 등을 활용한 영세 공장만 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정부가 난개발을 조장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경기지역 한 기초지자체장은 "접경지 지자체에는 개발 민원이 폭발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에서 종합적인 개발 플랜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