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규제 완화에 소극적인 중앙정부만이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자체 간 의견 차이도 심각한 장애물이다.
막대한 개발비용 문제도 큰 부담이다. 규제의 틈을 비집고 임의로 들어서는 영세업체들로 인한 난(亂)개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달 경기 북부지역 상공인들은 의정부 경기도2청사에서 '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 법은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반환되는 미군 공여지에 산업단지와 대학 등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상공인들은 그러나 "이 법을 적용하더라도 수도권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산업단지와 대학 유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특례조항 등을 둬 개별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의 입장은 이들과 다르다.
접경지 개발을 명분으로 경기 북부를 중심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강원도를 포함한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원도는 이번 정기국회에 수도권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의견을 공식 제출할 계획이다. 두 광역 지자체가 현저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 내 기초 지자체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경기 북부는 미군 반환지 중심으로 우선적인 완화를 요구하는 반면 여주 이천 양평 등 경기 동부의 한강수계지역은 수도권 상수원 보호 차원에서 개발 제한이라는 희생을 당해온 만큼 경기 북부와 똑같이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은 접경지 개발의 또다른 난관이다.
경기도는 반환 공여지 개발을 통해 접경지 발전을 가속화할 방침이지만 중앙정부의 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경기 강원 인천 등 전국 13개 시·도에서 받은 미군 공여지 1단계 발전종합계획안의 사업비는 모두 64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민자와 지방예산을 포함해 15조원을 조달키로 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중앙정부에 손을 벌릴 계획인데 지원이 될지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최근 경기도가 접경지 지원을 위한 '안보세' 신설을 정부에 건의키로 해 주목받고 있다.
연천군 등 경기 북부 지자체는 50년 넘게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군부대 주둔 등으로 피해를 받은 만큼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 지원을 위한 물이용부담금처럼 접경지역 지원을 위한 세금도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난개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 주변지역의 택지 개발로 밀려난 영세 섬유 및 가구 업체들이 땅값이 싼 접경지역 축사 등을 변칙적으로 공장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각 지자체들이 민자 유치가 쉬운 골프장·리조트 등 관광레저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고창수 경기북부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획일적 수도권 규제로 인해 산업단지 조성조차 막고 있다 보니 축사 등을 활용한 영세 공장만 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정부가 난개발을 조장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경기지역 한 기초지자체장은 "접경지 지자체에는 개발 민원이 폭발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에서 종합적인 개발 플랜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공사비가 최소 10% 오를 것 같습니다.”(대형 건설사 분양 담당 팀장)원자재값·인건비 상승 등 공사비와 분양가 인상 요인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당장 오는 6월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5등급 인증(에너지 자립률 20~40%)이 의무화된다. 제로에너지 인증이 시행되면 단열재, 고성능 창호, 태양광설비 등을 도입해 효율을 높여야 한다. 최근 5년간 분양가 인상을 부추기는 규제만 근로시간 단축, 레미콘 토요휴무제 등 7건에 이른다. 여기에 층간소음 보완시공 의무 적용, 준초고층 피난안전구역 설치, 전기차 화재대응시설 의무 구축 등 대기 중인 법안도 적지 않다.◇품질과 안전 기준 강화로 공기 늘어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상승 요인은 줄잡아 열 가지에 이른다. 주 52시간 근로제는 건설업계 발을 묶는 대표적 리스크로 꼽힌다. 한국건설관리학회가 민간 전문가 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작업시간 단축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레미콘 휴무제(토요일 타설 금지)와 공휴일 공사 금지도 공사비 증가와 연결된다. 작업 시간 단축으로 노무비가 증가해서다.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한 건설 현장 안전 강화도 비용 상승 원인 중 하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관리 시설과 인력 등이 추가되면서 관련 비용만 10%가량 증가했다”며 “처벌이 두려워 현장을 떠나는 직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콘크리트 강도 강화, 사전 방문 의무화 등도 공사비 상승을 부채질한다. 서울 등 도심에는 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주요 아파트 공급원이다. 재건축 공사비 검증
오는 6월 ‘제로에너지 건축 의무화’ 시행을 앞두고 A건설사는 비용 부담에 고민이 깊어졌다. 전용면적 84㎡ 기준 가구당 공사비 증가분이 정부 예측치(130만원)를 두 배 웃도는 293만원으로 추정됐다. A사 관계자는 “제로에너지 규제를 충족하려면 옥상 대신 측면에 특수 자재를 사용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이 두 배가량 든다”며 “공사비 상승과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쌓이는 가운데 각종 규제 부담이 가중돼 사업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아파트 분양가격이 공사비 상승, 금융비용 증가에 각종 규제가 더해져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최근 1년간 공급된 단지 기준)는 3.3㎡당 4428만원으로 두 달 연속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9% 뛰었다.친환경과 층간소음 규제 등 공사비 상승을 부채질하는 정책이 우후죽순 쏟아져 연내 서울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6월 30일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으로 제로에너지 규제가 확대된다. 단열 성능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에너지 자립률 20~40%를 달성해야 한다. 층간소음 규제도 부담이다.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는 법적 기준(4등급)보다 강한 기준(1~3등급)을 요구하고 있다.공사비 상승이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그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 상승이 주택시장을 옥죄는 주요 요인”이라며 “제로에너지나 층간소음 같은 규제를 기간을 두고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연봉을 꼬박 모아 서울 아파트 한 평(3.3㎡) 사기도 어려워질 줄 몰랐습니다.”작년 말 서울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 저층인 점이 마음에 걸려 포기한 30대 직장인 A씨는 당시 결정이 후회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사비 상승 여파로 분양가 급등세가 계속돼 ‘내 집 마련’ 문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서울 아파트 분양가격이 치솟고 있다.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8만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3500만원) 대비 25.9% 뛴 금액이다. 분양가와 상승폭 모두 HUG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고치다.분양가가 지역 내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월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서 공급된 ‘포제스 한강’이 대표적이다. 3.3㎡당 1억3771만원에 분양했다. 역대 최고가다.지난해 9월 3.3㎡당 7209만원에 공급된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은 강남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 중 가장 비싼 단지 타이틀을 얻었다. 비강남권 단지 분양가도 3~4년 전 ‘강남 아파트’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작년 11월 영등포구 ‘e편한세상 당산 리버파크’ 전용면적 59㎡가 최고 14억4230만원에 공급됐다.이인혁/심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