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제목만 봐서는 어떤 책인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행히도 '월스트리트의 포커페이스'(아론 브라운 지음,안진환 옮김,북폴리오)는 제목에 모든 게 다 나와 있다.

포커 그리고 월스트리트.

어떤 사람은 책 제목의 '포커'가 도박의 포커가 아니라 어떤 은유나 상징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할지도 모른다.

틀렸다.

이 책은 포커 게임에 관한 것이다.

포커 게임이 미국 금융 발전사에 끼친 영향,요즘도 잘 나가는 트레이더들이 밤마다 즐기는 게임,그 게임에서 도출되는 원리와 실제 주식 선물 거래의 현실 비교가 주요 내용이다.

저자도 유명한 갬블러다.

하버드대와 시카고대 시절부터 포커 게임의 강자였다.

모건 스탠리의 임원을 비롯해 라보뱅크,시티그룹 등에서 금융상품 거래와 리스크 관리 등의 업무를 맡아 명성을 날렸고 지금도 월가의 칼럼니스트로 맹활약 중이다.

그는 금융은 도박 게임의 차원에서만 이해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거꾸로도 마찬가지다.

도박은 금융의 차원에서만 이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월스트리트는 거대한 카지노라는 말씀.그러니 포커를 알면 금융의 비밀이 보인다.

식민지 아메리카 경제에 시동을 건 것은 바로 도박이었다.

심지어 원시적 자본 축적마저 도박을 통해 이뤄지곤 했다.

그 전통은 오늘날에도 이어져서 억만장자 가운데는 최초의 목돈을 포커 게임에서 마련한 사람들도 있다.

커크 커코리안은 포커에서 딴 돈으로 자신의 첫 사업인 전세기 사업에 자금을 댔고 빌 게이츠와 기업 매수 전문가 칼 아이칸은 부자가 되기 전에 포커 게임장을 순회한 것으로 유명하다.

리처드 닉슨은 포커에서 딴 돈으로 최초 의회 진출 비용을 댔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리스크가 큰 베팅을 계속하다 쪽박을 찼다.

그렇다.

문제는 리스크다.

저자는 리스크를 도박과 금융의 공통된 본질로 본다.

하지만 저자의 입장은 종래의 리스크를 다루는 책들과 전혀 다르다.

그는 리스크를 피하라고 하지 않는다.

리스크가 없는 금융상품이 존재하는가.

리스크를 헤징하는 상품마저 리스크가 있다.

그것이 현실이라면,저자는 리스크를 과감하게 안으라고 말한다.

승리는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분류하는 리스크는 크게 세 가지.계산 가능한 리스크,계산 되지 않은 리스크,계산 불가능한 리스크.보통사람들의 방식은 계산 가능한 리스크만 안고 사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살아서는 승부가 안 난다는 것이다.

'계산 불가능한 리스크'를 수반하는 기회들은 대단한 모험심을 요구한다.

그 주변에는 도전자가 적다.

우리는 거기서 비범한 기회를 발견한다.

도박과 금융이 그런 곳이다.

그렇다고 모든 리스크를 다 짊어지라는 건 아니다.

포커판의 경험이 이때 도움이 된다.

첫째 예상 가능한 모든 패를 모두 파악해 보라.불필요한 리스크는 피해야 하므로.행동하기로 했다면 단호해야 한다.

끝으로 다 잃어도 당신 자신은 남겨두어야 한다.

손실 이후 당신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자산은 자신,즉 당신의 품성과 재능 그리고 의지다.

그런 점에서 이 특이한 책은 평범한 삶을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삶,큰 성공을 꿈꾸는 야심가의 것이다.

526쪽,2만5000원.

<정진욱 도서평론가·황금씨앗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