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증거인멸 우려없고 변호사법위반 소명 부족"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부산지법 염원섭 판사는 검찰이 내세운 구속 필요성과 적용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한 뒤 기각 결정을 내렸다.

7시간 반 동안 영장을 검토한 염 판사는 정윤재 전 비서관이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고 검찰이 적용한 변호사법위반 혐의는 입증자료가 부족하며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특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이유로 구속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법원이 밝힌 구속영장 기각 이유.
▲증거인멸 우려= 염 판사는 우선 정 전 비서관이 일정한 주거를 갖고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 `주거가 없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증거인멸 염려에 대해서는 피의사실의 주된 증거는 김상진씨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등의 진술인데 김씨와 정 전 청장은 이미 구속수감 중이어서 이들에게 협조를 구해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객관적인 자료들은 이미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해 인멸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지난달 하순을 전후해 정 전 비서관이 평소와 달리 김상진씨와 많은 통화를 한 점을 들어 증거인멸을 시도한 의혹이 있다고 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향후 이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염 판사는 덧붙였다.

▲도주우려= 정 전 비서관이 현재까지 도망한 적이 없고 오히려 수사기관의 소환에 응해 자신의 주장을 적극 펼치고 있을 뿐 아니라 이 사건과 관련해 언론기관 등을 상대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는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염 판사는 밝혔다.

출국 가능성이 우려된다면 출국금지 조처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 검찰은 지난해 8월 정 전 비서관이 김상진씨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김씨가 추진 중이던 공사의 일부를 자신의 형에게 맡기도록 약속받은 다음 정 전 청장에게 세무조사와 관련한 청탁을 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구속영장에서 밝혔다.

그러나 염 판사는 정 전 비서관이 이를 적극 부인하고 있고 정 전 비서관과 그의 형, 김씨 사이의 관계 등을 볼 때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염 판사는 특히 정 전 비서관이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수사를 받는 동안 제출하지 못한 반박자료를 제시했고 앞으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를 희망하고 있어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사 중인 혐의에 대한 증거인멸 우려= 검찰은 영장에서 밝힌 정 전 비서관의 피의사실 외에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될 사실에 관한 증거인멸을 우려한다고 했으나 이는 아직 피의사실로 특정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구속사유에 대한 판단 자료로 삼을 수 없다고 염 판사는 지적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ljm70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