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은 사전조율 안되는 대단히 특이한 회담"

"김정일 위원장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겠나.대변할 수 없다"

2000년 6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 때 회담 일정과 의제에 관해 실무선에서 사전조율하려 하면 북측 실무팀이 이렇게 대답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 회담이 언제 어디서 열릴지도 모를 정도였다고 당시 정상회담 수행원으로 방북했던 이봉조 통일연구원장이 밝혔다.

이 원장은 18일 한국자유총연맹 주최 자유포럼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의와 전망을 설명하는 가운데 1차 정상회담 때의 뒷얘기를 소개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은 실무자들이 조율하고 정상이 만나 대화하면 되지만 남북 정상회담은 실무자들 간에 대화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머문 "백화원초대소에 김정일 위원장이 와 있는지, 없는지 몰랐는데 열심히 보다 보니 정문 초소에 초병이 단초(한명)냐, 복초냐에 차이가 있었고, 초병이 2명일 때 김 위원장이 백화원초대소에 있다는 뜻이었다"며 "이번에도 정상회담이 언제, 어디에서 이뤄질지 베일에 싸여있을 수 있어 이번에 올라갈 분들한테 참고하라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숙소인 백화원초대소까지 가서 곧바로 1차 확대정상회담을 가진 뒤 14일 오후 3시 다시 백화원초대소를 찾은 김 위원장과 단독회담을 가졌었다.

이 원장에 따르면, 백화원초대소에는 자유총연맹 건물 같은 것이 넓은 정원 속에 4동 있는데 "정상회담 선발대가 이동 수단을 북측에 물어보니 '걸어다닌다'고 해서 (선발대가 이용하도록) 자전거를 보낸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외국 귀빈용인 백화원초대소는 면적이 1만평(3.3㏊) 규모로,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본관과 이에 연결된 건물 3채가 있으며, 앞쪽에는 여러 개의 분수대가 설치된 호수가 있다.

이봉조 원장은 회담에서 "김 대통령이 철도.도로 연결을 제안하니 김 위원장이 '아 좋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김일성 주석께서도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용순 동무 봐, 김 대통령께서도 연결하는 게 좋다고 하시잖나.

안 되는 게 뭐야'라고 했었다"며 이번 정상회담 때도 노무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많은 얘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당시 '쟤들이 말을 잘 안 듣습니다.

빨간불을 켜서 잘 안됩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어떤 의미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 북한에서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은 "대단히 특이한 방식의 회담"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