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 있는 일부 마을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중 여아가 남아의 2배라는 조사가 나온 가운데 이 같은 `여초현상'의 원인이 임신한 여성들의 몸안에 쌓인 화학물질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 보도했다.

`북극감시 및 평가 프로그램(Amap)' 소속 과학자들이 러시아, 그린란드, 캐나다의 북극권 이누이트족 480가구를 조사한 결과, 여자 신생아가 남자 신생아의 2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그린란드에 있는 한 마을의 경우 여자 신생아만 태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냉장고, 텔레비전 등 전자제품에 사용된 화학물질들이 바람과 강을 타고 밀려와 먹이사슬을 통해 단계별로 쌓이면서 궁극적으로 먹이사슬 가장 꼭대기에 있는 인간에게 악영향을 준다.

특히 임신부들이 바다표범, 고래, 북극곰 등의 먹이사슬 최상승에 있는 동물들을 먹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것.

과학자들은 임신부의 몸안에 있는 화학물질이 혈관과 태반을 거쳐 태아에게 전달 될 수 있고, 생성된 지 3주 미만의 태아는 이 같은 화학물질의 영향을 받아 성(性)이 변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신경.생식.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폴리염화비닐(PCB) 등이 임신부의 혈액 1ℓ당 2~4㎎이상 포함되면 남자 아기의 출산 가능성이 절반으로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라스 오토 라이너슨 박사는 극동지역 북부 3곳에 있는 임신부들에게서 PCB가 ℓ당 2~4㎎ 이상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여성들은 북극해 주변의 동물들을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전체 15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이누이트족은 심각한 성비 불균형으로 종족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이칼루크 링게 이누이트 전 북극위원회 회장은 "이것은 재앙이며, 러시아 극동 지역에 있는 1천500여명의 이누이트족에게는 특히 심각한 문제"라며 "그린란드 북부 등 일부지역은 오직 여자 아이들만 태어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