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도 많았던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뀐다.

보건복지부가 어제 발표한 개편안을 보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정부로부터 완전히 분리시켜 상설 민간위원회로 개편하고 그 산하에 공사(公社)를 설립해 여유자금과 적립금 운용을 전담시키기로 했다.

말하자면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수익률을 높여 재정안정에도 기여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은 정부와 가입자 대표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관장되면서 정부의 정책적 목적,또는 정치적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로 인한 비효율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고 보면 민간위원회에 맡기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전 국민이 가입한 공적자금이나 마찬가지다.

자칫 잘못되면 엄청난 국민부담이 따른다는 점에서 수익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펀드들과는 다르다.

특히 연금의 규모는 국내 자본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크다.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절대적이라 할 정도이고 보면 유의해야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그동안 지적돼왔던 낮은 수익률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수익극대화를 위해 지나친 위험 부담을 감수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못된다.

수익성과 공익성을 조화시키는 것이 필수 과제라는 얘기다. 다만 지금과 같은 지나친 안정위주의 운용은 분명히 개선돼야 마땅하다.

또 다른 문제는 민간주도의 독립적 운용으로 인해 발생할지 모르는 손실이나 잘못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합리적 감독체계의 확립방안을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운용이 그동안 지극히 보수적이었던 것은 지나친 감독에도 상당한 원인이 있다.

예컨대 주식투자로 손해를 입을 경우를 징계사유로 삼는다면 아무리 독립적으로 운용하라고 해도 잘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기금의 분할운용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그런 측면에서 일리가 있다.

기금운용의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거대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도 핵심과제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금운용공사도 가장 효율적인 조직으로 운영돼야 마땅하다.

이것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씻어내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