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11일 기자간담회 발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변양균 전 정책실장,정윤재 전 비서관을 둘러싼 언론의 각종 의혹에 대해 "깜도 안 되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발언한 데 대해 일단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노 대통령의 이날 해명은 결론적으로 '나도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으로 청와대,즉 대통령 본인과의 직접 관련성을 부인한 것이기도 하다.

이날 직접적인 사과로 정면돌파할 것이라는 일부 관측과 달리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며 '정식 사과'는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 발표 후의 일로 미루었다고 볼수 있다.

노 대통령은 핵심 측근인 정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아주 부적절한 행위였고 유감스럽다"고 자세를 낮춘 뒤 "검찰 수사 결과 그에게 심각한 불법행위가 있다면,'측근 비리'라고 이름을 붙여도 변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저와 그 사람과의 관계로 봐서 사과라도 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아무 사실도 확정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과 바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변 전 실장에 대해서는 "난감하게 됐다.

정확히 제 입장을 표현하면 '참 할 말이 없게 됐다'"는 말로 심경을 표현했다.

특히 "제 스스로 (사람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 비교적 자신감을 갖고 처신해 왔는데,그 자신이 무너진 것이다"며 "무척 당황스럽고 힘들다"고 발언했다.

또 "무겁게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 그 믿음이 무너졌을 때 얼마나 난감할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 내 장관급 핵심 요직에 있는 공인(公人)문제를 개인적인 안목의 문제로 삼았을 뿐 청와대 참모진 관리의 전반적인 개선이나 담당자에 대한 문책 가능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착오나 판단의 잘못이라는 해명으로 이번 사건을 비켜나가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청와대와 참여정부의 도덕성과 이 문제와는 상관이 없으며 확장해서 해석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사고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바로 권력누수로 연결짓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은 "당에 대한,국회에 대한,정부와 일반사회에 대한 통제력의 상실,이런 것들이 권력누수의 개념으로 논의되는 것 같다"며 "법치정부에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 오던 권력누수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도 공직사회는 법에 따라서 자기 할 일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흔들리지 않고 무게중심을 잡아나가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자신을 옭아매는 발언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는 만큼 이날 유감표명만으로는 아직 사태수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