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CEO(최고경영자)를 감동시켜라.'

은행들이 중기 CEO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펼치고 있다.

자산관리의 타깃을 기존 금융자산 5억∼10억원 이상 고객에서 30억원 이상의 CEO급으로 상향 조정하는 은행이 생겨나는가 하면,'사모님(CEO 배우자)'만을 위한 특별 서비스를 마련하는 은행도 나왔다.

중기 CEO들에게 펀드 등 금융상품을 팔아 수수료를 벌자는 뜻보다는 향후 은행 비즈니스의 핵심이 될 중기 대출시장에서 기반을 다져놓자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왜 중기 CEO 마케팅인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은행들이 격전을 벌인 곳은 주택담보대출 시장이었다.

저금리 상황에서 집값이 뛰다 보니 은행에서 빚을 얻어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었다.

은행 입장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2003년 말부터 최근 3년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잔액 기준으로 152조6000억원에서 217조원으로 42.2%나 성장했다.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집값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퍼진 데다 잇달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으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도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조5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중소기업대출 시장은 올 들어 활황세다.

2003년 말부터 3년간 잔액이 63조3000억원(27.9%) 늘었지만 올 들어 8개월 동안 늘어난 잔액은 45조원에 이른다.

은행들은 대기업들이 은행 자금을 쓰지 않는데다 주택담보대출 시장마저 위축되고 있어 앞으로 4∼5년간은 중기대출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대 기업은행 경쟁구도

기업은행은 11일부터 중기 CEO들을 위한 '찾아가는 CEO 서비스'로 영업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업승계 세무 부동산 자산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팀이 중기 CEO를 찾아 맞춤상담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CEO들의 주요 관심 사항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국내외 주요 주식 및 경제 상황을 팩스로 제공한다.

또 CEO 배우자들을 음악회 미술전람회 등 여러 문화행사에 초대하고 이벤트도 개최키로 했다.

예전부터 중기에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은행은 2003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은행권 중기대출 시장 점유율을 15.03%에서 19.12%로 높였다.

그런데도 이처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은 시중은행들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들어 상반기엔 기업은행 점유율이 18.94%로 소폭 낮아졌다.

신한은행은 최근 들어 '기업고객의 조직화'라는 슬로건을 내걸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은행이 중기 CEO들에게 여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중기 CEO들을 S포럼,신한아너스패밀리,GS포럼 등의 모임에 참석시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아예 중기 경영자만을 대상으로 한 특화 점포까지 만들었다.

서울 여의도 알리안츠타워 17층에 세워진 이 점포에선 연금자산 금융상품 해외투자 등은 물론 상속이나 유산관리 등 가계자산관리 서비스도 펼친다.

프로골퍼 동반 라운딩이나 공항 출입국 때 리무진 의전 등은 덤이다.

국민은행은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대상을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으로 제한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