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45일만에..시신 기증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 살해된 고(故) 배형규 목사의 장례식이 피살 45일만인 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 2층 본당에서 교회장으로 열렸다.

'순교자 고 배형규 목사 천국환송예배'라는 형식으로 열린 장례식은 유가족과 생존 피랍자, 교회 신도 등 1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부(천국환송예배)와 2부(고 배형규 목사를 기리며)로 나눠 2시간 동안 치러졌다.

1부는 묵상기도, 찬송, 기도, 조가, 성경봉독, 찬양, 말씀, 축도 등 장례예배 형태로 열렸으며 2부는 고인소개, 고인의 비전 시 낭송, 조사, 찬송, 헌화, 운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신도들의 흐느낌 속에 박은조 목사의 집례로 진행된 1부 예배에서 박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천국환송예배라는 표현은 평소 배 목사의 소신이었다"며 "가장 고통받는 땅에서 맞이한 귀한 죽음을 우리가 하나님 앞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배 목사의 형 신규(45)씨는 유가족대표 인사에서 "배 목사와 심성민 형제의 고귀한 피가 헛되지 않게 길이길이 풍성한 열매가 되길 기도한다.

..배 목사를 기쁨으로 천국으로 보낼 수 있다"면서 울먹였다.

교회 측은 1부 예배 때 유족의 요청이라며 취재진에게 사진 및 영상 촬영을 허용하지 않았다.

2부에서는 샘물교회 이헌주 부목사와 청년부 제자 등이 고인에 대한 기억을 회고하는 장면과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 및 사진이 소개됐다.

이어 피랍사태 후 교회를 비난했다는 전현주(여)씨가 나와 "하나님과 많은 이들 앞에서 용서를 구한다"며 가스펠을 불렀다.

김학준 VM 청년교역자 대표는 조사에서 "온유하고 겸손해 예수그리스도를 닮은 목사였다"며 "당신의 희생과 걸음이 그 땅의 밀알이 되고 우리의 지표가 됐다"고 애도했다.

장례식을 끝낸 배 목사의 시신은 교회 제자인 청년부 교사 8명에 의해 운구됐으며 교회 신도 1천여명은 운구차가 떠날 때까지 교회 앞에서 찬송을 불렀다.

시신은 고인의 뜻대로 서울대병원에 연구용으로 기증됐다.

이날 영결식에는 배 목사의 부모인 배호중(72) 이창숙(68)씨, 부인 김희영(36)씨와 딸(9), 형 신규(45)씨, 고 심성민씨의 아버지 진표(62)씨와 동생 효민(25)씨, 피랍자 가족 등이 참석했으며 특히 유경식(55)씨를 비롯한 생존 아프간 피랍자 21명은 시종 고개를 숙인채 눈물을 흘렸다.

피랍 인질 중 지난 7월25일 탈레반에게 처음으로 살해된 배 목사의 시신은 지난달 5일 뒤 국내로 운구됐으나 '남은 인질들이 모두 돌아온 뒤 장례를 치르겠다'는 유족의 요청에 따라 장례를 미뤄왔다.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심언철기자 press108@yna.co.kr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