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컨테이너 부두공단(이사장 정이기)은 6일 지난 5년여간 총사업비 3770억원을 투입한 광양항 3단계 1차 컨테이너부두 준공식을 가졌다.

새로 조성된 컨부두는 5만t급 컨테이너선박 4척이 동시에 접안해 연간 160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이로써 광양항은 개항 9년 만에 화물처리능력을 연간 550만TEU로 끌어올려 국제 규모의 초대형 항만으로 거듭나게 됐다.

그러나 화물처리실적에 비해 항만시설이 과잉 증설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화물 물동량에 대한 꼼꼼한 분석없이 항만개발 및 육성정책을 펴는 바람에 광양항의 기존 시설을 포함,전체 설비의 절반 이상은 '개점휴업'상태에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들어 7월 말까지 광양항의 화물처리실적은 97만8000TEU에 불과했다.

지난 2월에만 전년 동기대비 14.9% 늘어났을 뿐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연속 2∼8%가량 줄어들었다.

머스크라인 MSC 등 대형 외국선사들이 아시아와 미주를 운항하는 선박의 중간 기착지를 광양항에서 부산항으로 바꾼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해양수산부는 광양항의 올 전체 화물처리 목표치를 200만TEU로 잡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 목표 달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광양항의 연간 화물처리실적은 화물처리능력(550만TEU)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화물처리실적이 이처럼 갈수록 부진한데도 정부는 추가적인 항만 인프라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수부는 이번 3단계 1차 공사에 이어 2020년까지 5만t급 17개 선석,2만t급 1개 선석 등을 추가 건설해 광양항의 화물처리능력을 총 1245만TEU로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관련 업체와 지역 주민들은 숙원이었던 3단계 1차 컨테이너부두가 완공됐지만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화물 주선과 운송,화물 검수·검양,선용품 공급,인력 공급 등 줄잡아 400여개로 추산되는 이들 업체의 불황은 곧바로 지역 경제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전남 광양항의 화물 검수업을 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일감이 없어도 20여명 넘는 직원들 월급은 꼬박꼬박 줘야 하니 다달이 돌아오는 급여일이 꼭 보릿고개 같다"며 "갈수록 전망은 어두워지는데 뾰족한 대책이 없어 죽을 맛"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업체가 영세할수록 경영 압박의 정도가 크다"며 "요즘 광양에서는 항만 관련 업체들의 줄도산 소문 등이 흉흉하게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물동량 감소가 선사의 기항과 화주의 이용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는 점이다.

특히 항만의 특성상 한번 형성된 악순환의 흐름을 좀처럼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세계 물동량이 늘면서 광양항에도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올 연말께 일부 선사들이 광양항에 추가로 들어오기로 해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수 순천대 인문사회대 학장(물류학과)은 그러나 "물동량이 줄어드는 항만 인프라만을 늘리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배후단지 조기 개발로 중국산 수출품을 2차 가공하는 부가가치 화물 창출 등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양=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