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세계랭킹 43위.삼성증권)이 총상금 184억원이 걸린 US오픈테니스대회에서 '대어'를 낚고 단식 3회전에 올랐다.

이형택은 31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 빌리 진 킹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벌어진 2회전에서 강호 기예르모 카나스(14위.아르헨티나)를 2시간 23분 만에 3-0(7-5 7-5 6-3)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32강이 겨루는 3회전에 진출했다.

올해 윔블던에 이어 메이저대회 2회 연속 3회전 진출 및 이 대회에서 3년 만에 3회전에 진출한 이형택은 영국의 앤디 머레이(19위)와 4회전 티켓을 다툰다.

"1회전만 잘 넘기면 2회전에서 시드 배정자를 만나도 자신있다"던 출사표처럼 이형택은 올해 '황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를 두 번이나 격침시킨 카나스를 압도하는 놀라운 플레이로 쾌거를 이룩했다.

이형택은 서브 에이스에서 3-16의 절대 열세를 활발한 네트 접근과 예리한 리턴 포인트로 만회하며 카나스를 제압했다.

네트 접근 공격에서 이형택은 35차례 중 27번이나 성공시켜 단 6차례 성공에 불과했던 카나스를 앞섰고 상대 서브나 스트로크를 되받아쳐 포인트를 올린 리턴 포인트 성공률에서도 43%로 34%에 그친 카나스를 압도했다.

이형택은 스무살 신예 머레이와 올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새너제이 SAP 오픈 8강에서 한 차례 대적했고 1-2(6-4 3-6 6-7<4-7>)로 아깝게 패했다.

머레이는 곧 은퇴하는 팀 헨먼(91위)의 뒤를 이어 영국 테니스를 이끌어 갈 간판스타로 세계 8위까지 올랐으나 현재 19위에 처져 있다.

지난해와 올해 SAP 오픈을 2연패하며 통산 두 차례 단식 타이틀을 따냈으나 아직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해 메이저대회에서는 지난해 윔블던부터 올해 호주오픈까지 3연속 4회전 진출을 올린 게 최고다.

지난해 첫 딸 송은을 낳은 데 이어 지난 18일 기다리던 아들(창현)을 얻고 미국 장도에 오른 이형택이 '자녀의 힘'으로 머레이 벽마저 넘는다면 2000년 이후 7년 만에 US오픈 16강 진출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

한편 이형택은 3회전 진출로 상금 4만3천달러를 확보했다.

1995년 프로에 뛰어든 이형택은 이날까지 199만5천달러를 벌어들여 13년 만에 총상금 200만달러 돌파도 눈앞에 뒀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