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더욱 번져, 방화범 잇단 체포

그리스에서 사상 최악의 산불이 전역을 휩쓸면서 사망자 수가 60여명을 넘어섰다고 현지 언론들이 26일 전했다.

전국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그리스 당국은 이번 재난이 대부분 방화로 인한 것이라고 밝히고 65세의 남성과 두 청년 등 아르에오폴리스 지역에서 방화범들을 체포해 조사중이다.

1천여명의 군인과 소방대원이 긴급 투입되고, 유럽연합(EU) 내 12개국이 지원에 나섰지만 지난 24일부터 급격히 번지기 시작한 산불은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 않은 가운데 곳곳에서 마른 숲과 가옥을 숯등걸로 만들고 있다고 당국은 전했다.

니코스 디아만디스 보건부 대변인은 산불이 국토의 절반 이상을 태우고 있으며, 현재 피해 규모는 집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발표했다.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그리스 남부의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산악 지역과 아테네 북쪽의 에비아 섬 지역.

불길은 올림피아와 피르고스 인근까지 번지면서 주민 수백명이 집을 버리고 대피했다.

24일 타이게토스산에서 발화, 북서 방향으로 급격히 번지고 있는 이번 산불로 10개 지역 마을 주민들에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스파르타와 칼라마타를 잇는 고속도로도 전면 폐쇄됐다.

반도 서쪽 올림피아시 남부에 위치한 자하로 지역은 95㎞ 떨어진 곳에서도 검은 연기가 보일 정도로 마을 전체가 불에 탔으며 이 지역 주변에서만 다수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한 39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곳에서는 실종됐던 어머니와 자녀 4명의 부둥켜안은 시신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여름철 관광객이 모여드는 마니 반도에서도 주말 행락객과 소방대원 등 6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진화에 나선 헬기들이 집중 투입되면서 올림피아의 고대 유적은 가까스로 화마의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지역 관리들이 전했다.

고대 올림피아의 기오르고스 아이도니스 시장은 "우리는 운이 좋았다. 현재로선 고대 올림피아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AFP 통신은 현재까지 사망자가 60여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보건부 관리들은 구조 요원들이 피해 지역을 수습하면서 희생자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곳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어렵다"며 방화범 색출 및 엄벌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그리스는 지난 6-7월 40도를 훌쩍 넘는 폭염에 이어 발생한 대형 산불로 수천 ㏊의 숲이 불타는 등 큰 피해를 입었으며, 소방 당국의 늑장 대처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