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교보생명 유상증자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참여한다면 정부가 민간기업의 자본을 확충해줬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반면 참여하지 않으면 앉아서 기회 손실을 봤다는 비난이 걱정돼서다.

캠코가 교보생명 증자에 참여한다면 정부가 민간기업 증자에 참여하는 첫번째 사례가 되기 때문에 어떤 결정을 내릴지 금융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캠코,청약일 연기 요청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구주주 배정 방식으로 37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하자 사실상 2대 주주인 캠코 측이 증자 참여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캠코의 교보생명 지분은 11%.여기에 재정경제부가 보유한 6.48%와 대우인터내셔널이 갖고 있는 지분 24.0%까지 합치면 41.48%의 지분을 관리하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37.26%)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총 53.01%다.

캠코는 최근 교보생명에 "청약일을 연기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기관으로서 민간기업의 증자 참여 여부는 민감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절차도 까다로운 만큼 오는 9월11일로 정해진 청약기일을 연기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보는 아직 분명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캠코의 고민

캠코가 증자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정부기관이라는 점 때문이다.

증자에 참여할 경우 "정부가 민간기업의 자본 확충에 돈을 대줄 수 있느냐"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

그렇다고 불참하면 '기회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

유상증자 발행가액은 주당 18만5000원.현재 장외시세(22만원대)보다 16%가량 싸다.

때문에 증자 불참 후 주가가 더 오르면 "주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해 기회 손실을 봤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캠코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증자에 참여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8일 캠코의 증자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가 참여하는 경영관리위원회에서 최종 증자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증자배경은?

캠코 측은 교보생명이 상장할 경우 곧바로 지분을 처분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교보가 상장에 앞서 증자를 먼서 실시키로 하자 난감해진 상황이다.

교보 측이 증자를 먼저 실시키로 한 것은 자본확충을 통해 재무구조을 개선한 뒤 상장할 경우 상장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교보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업계 평균을 밑도는 192%이지만 증자 후 220% 수준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번 증자에서 캠코와 재경부가 실권할 경우 신창재 회장은 1대 주주로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직접 증자에 참여하거나 실권주를 인수할 만큼 충분한 자금여력은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교보생명은 실권주를 우호적인 재무적 투자자에게 넘긴다는 계획이다.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해 실권주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교보가 증자와 관련해 여러 차례 캠코 측에 실권 여부를 타진해 봤지만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하자 전격적으로 증자결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만한 협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