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증시 동반 조정의 결과로 주가에 대한 부담이 크게 완화됐다.

기업이익은 꾸준히 늘어난 반면 주가는 급락해 미국 등 일부 선진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년 전 수준으로 낮아졌다.

신흥 증시(이머징마켓) PER도 급등장이 전개되기 전인 6월 초 수준으로 낮아져 가격매력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10일 연속 매도를 끝내고 27일 순매수로 전환한 점도 조정으로 인해 주식 투자 매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PER,1년 전 수준으로 후퇴

전 세계 증시의 동반 조정은 PER를 일제히 하향 조정시켰다.

미국 S&P500 지수 구성 종목인 500대 기업의 향후 12개월 예상이익 기준 PER는 13.73배로 1년 전(2006년 8월 말) 13.94배보다 낮아졌다.

지수는 올랐지만 기업이익전망치가 더 높아져 실질주가가 떨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달 S&P500 기업의 주당순이익은 7월보다 0.5% 증가했다.

S&P500의 최근 10년 평균 PER는 18배 수준으로 지금보다 4배 정도 높다.

글로벌 증시 전반으로 분석을 확대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대표적인 세계증시지수로 꼽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월드지수의 PER는 13.50배로 작년 8월의 13.65배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흥 증시도 선진국만큼은 아니지만 PER가 크게 떨어져 가격매력도가 높아졌다.

MSCI이머징마켓 PER는 12.56배로 한 달 전에 기록한 이전 고점 13.81배보다 1배 이상 낮아졌다.

코스피지수의 PER도 지난달 25일 13.29배까지 높아졌지만 지금은 11.9배다.

이는 급등장이 나타나기 직전인 지난 6월 초와 비슷한 수준이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8월의 글로벌 증시 동반 조정으로 주가 부담이 낮아져 오는 9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까지는 급락 국면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亞증시 외국인 매도세도 완화

낮아진 주가를 반영하듯 외국인의 매도 공세도 점차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아시아 증시에서 지난달 하순부터 매주 30억~50억달러의 주식을 팔다 주가 폭락기였던 8월13~17일엔 무려 76억달러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팔자' 움직임이 진정돼 20~24일 매도 규모는 16억5000만달러로 줄었다.

특히 외국인 매물 공세가 집중됐던 대만에서는 지난주(20~24일) 5100만달러 순매수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한국에서도 13~17일 2조5900억원을 팔았지만 지난주 매도 규모는 1조4900억원으로 줄었고,27일엔 69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11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유통 금융 건설 업종 대형주가 주요 매수 대상 종목으로 등장했다.

이석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용 경색 위기 이후 글로벌 자금이 찾아갈 곳은 우선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가 없고 국내 수급이 양호한 국가들"이라며 "한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신흥 증시와 인도 중국 등 일부 브릭스국,선진국 중에선 일본 등이 유망하다"고 진단했다.

이남우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외국인이 아시아에서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주식을 팔아치운 적은 지금껏 없었다"며 "매도세가 진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백광엽/김남국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