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경선룰.친노표심 촉각

대통합민주신당이 다음달 3∼5일 치러지는 예비경선(컷오프)에서 9명의 후보 가운데 5명의 본경선 진출자를 가려내기로 함에 따라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컷 오프는 1만명의 선거인단(국민선거인단 70%+열린우리당 승계당원 30%) 대상 여론조사와 2천400명의 일반인 상대 여론조사 등 총 1만2천400명이 참여하는 여론조사 결과로 결정된다.

컷오프에서 탈락하는 4명의 후보는 단순히 본선 진출권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위상에서도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가능성이 있고 컷오프를 통과할 5명의 후보 역시 그 순위가 다음달 15일부터 한달간 실시되는 본경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사활을 건 경쟁이 예상된다.

예비경선은 1인2표제 도입에 따른 후보간 연대, 친노 유권자들의 표 쏠림 여부, 선거인단 모집 방식 과 같은 경선 룰 등의 변수가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짝짓기와 배제투표 = 선거인단에 뽑힌 유권자는 여론조사에서 2명의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이 같은 제도때문에 각 후보 진영간 짝짓기와 연대, 특정 경쟁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배제투표 전략을 놓고 신경전과 두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상위권 주자들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경쟁후보를 철저히 배제하는 투표전략을 구사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세가 약한 중.하위권 주자들과 짝짓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 후보의 경우 각종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후보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타 후보들이 `반(反)손학규 연대'를 형성해 집중 견제에 나설 가능성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손 후보는 자신과 지지층이 겹치지 않는 친노(親盧)주자를 선택할 개연성이 있으며, 이와 관련해 유시민 후보가 정체성 논란이 벌어졌을 때 손 후보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이 짝짓기로 이어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노(非盧) 진영 대표주자인 정동영 후보의 경우 추미애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추 후보가 민주당에서 합류한 주자이면서 영남 출신으로 수도권에 지역구를 가졌고, 여성이라는 점이 보완 효과가 크리라는 분석 때문이다.

하지만 정 후보가 친노 후보군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해찬 후보나 개혁 컬러를 내세운 천정배 후보와 짝짓기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미애-한명숙 후보는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다 둘 다 호남권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기때문에 연대보다는 맞대결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친노 유권자 표심 = 9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친노성향 후보는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김두관 신기남 후보 등 5명이나 된다.

따라서 친노 유권자들의 표가 분산될 경우 단 한 명도 상위권에 진출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때문에 한 두명의 후보에게로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선거인단 1만명 가운데 30%인 열린우리당 승계당원의 경우 친노성향 유권자가 다수인 것으로 추정되며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국민 선거인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숫자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여론조사의 추이를 볼 때 이해찬 유시민 두 후보에게로 친노 유권자들의 표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친노그룹 내부에서 배제투표 양상이 나타날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한명숙 후보측은 비호감도가 낮고 강경 이미지가 탈색돼 있어 `1인2표' 방식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고, 김두관 후보는 오래전부터 착실하게 기반을 다져온 점을 근거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며, 신기남 후보는 열린우리당 해체 과정에서 선명성을 유지해온 점과 상위권 후보와의 연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선 룰 = 선거인단 모집시 대리접수를 허용하기로 한 것과 컷오프 통과 인원을 5명으로 결정한 것 등 경선규칙도 결과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리접수의 경우, 친노주자들의 요구에 따라 인터넷 대리접수시 휴대전화 인증 제도를 도입하는 등 몇가지 제한조치가 마련됐고, 비정상적으로 과다한 접수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리접수를 허용하는 쪽으로 규칙이 정해졌고,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제한조치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리접수가 허용된 조건에서는 조직동원 능력이 강하고 전국적으로 폭넓은 기반조직을 가진 후보가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컷오프 통과인원이 당초 거론되던 6명에서 5명으로 줄어든 것도 변수다.

중.하위권 후보가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이 1-2명 정도로 좁혀졌기때문에 이들 내부에서의 생존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며, 연대 시도 역시 중.하위권 후보끼리보다는 상위권 후보와 손을 잡으려는 쪽으로 방향이 바뀔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