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이중 규제다. 중국산 '짝퉁' 부품만 넘쳐날 수 있다."

"불량 부품을 근절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소비자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

건설교통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자동차관리법 개정안(부품 자기인증제 도입)을 놓고 정부와 부품업계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한병도 열린우리당 의원(국회 건교위원) 주관으로 2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다.

부품 자기인증제는 타이어 브레이크호스 창유리 안전벨트 등 16개 부품을 생산한 부품업체가 △자체 검사 설비를 갖추고 부품을 시험한 뒤 인증을 취득하거나 △건교부가 지정한 시험기관에서 인증을 얻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날 건교부 측 토론자로 참석한 김상도 건교부 자동차 팀장과 홍승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저질 부품 유통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부품 자기인증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상도 팀장 등은 "현재 부품에 대한 안전 기준이 없어 저질 부품에 의한 정비·수리시 제재 수단이 없다"며 "안전 확보 차원에서 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품업계 측은 "불필요한 이중 규제로 실효성마저 떨어진다"며 제도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주우진 자동차산업학회 수석부회장은 "건교부가 추진 중인 부품 자기인증제의 주요 안전 기준 대상 품목은 대다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 아닌 미국식으로 미국에도 없는 신고 및 등록의무 사항도 많다"며 "이는 불필요한 사전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건교부의 개정 법률안은 미국과 달리 과징금 부과나 금액 산정 기준 등의 지침이 없어 주관적·자의적으로 운영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했다.

고문수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전무는 "이미 각 완성차업체가 부품업체에 엄격한 품질 관리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부품인증제 도입은 불필요한 이중 규제"라며 "인증제가 시행되면 세계적 수준에 오른 국내 완성차업체의 기준보다 낮은 수준의 저가 부품도 쉽게 인증을 통과해 중국산 짝퉁부품 등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기인증제는 생산 및 시험설비를 사전 등록하고 제원만 통보하면 업자가 자율적으로 인증마크를 달아 시장에 유통시킬 수 있는 사후 인증 방식이기 때문에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송영기 대한타이어공업협회 이사는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이 개정돼 국산 및 수입 부품은 지금도 정부 지정 기관에서 품질 검증을 받고 있는 만큼 부품에 대한 안전 기준이 없다는 건교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